[데스크 칼럼] 우리는 오늘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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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아 문화부 부장

주말 친구의 SNS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엄마 아빠랑 접촉 면회, 역사적 순간.’ 요양병원에 같이 입원한 부모님과 세 딸이 함께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이 참 예뻤다. “비접촉 면회는 몇 번 했지만, 엄마·아빠를 직접 만져보는 접촉 면회는 코로나 이후 처음이었어. 코로나로 부모님 손을 잡아본 것이 언제인지.” 친구는 마치 5~6년은 된 듯, 그 시간을 실제보다 더 길게 느꼈다. 같은 병원에 계시지만 다른 병동에 머무시는 부모님끼리의 상봉도 오랜만이라 친구는 면회를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고 했다.

2022년 4월 18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다. 2020년 3월 22일 거리 두기 관련 첫 행정명령이 내려진 후 757일 만이다. 거리 두기가 해제되자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식당에 모여 밥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공공장소의 벤치에 쳐놓았던 노란색 ‘접근 금지’ 테이프도 사라졌다. 대학생 시절 낭만의 상징인 ‘잔막(잔디 막걸리)’ 재개 뉴스도 들려온다. 대학가의 축제 복귀 소식은 운동장 가득 모인 학생들 사진으로 접했다.

‘엄마·아빠랑 접촉 면회, 역사적 순간’
코로나 시대 친구 SNS 사진을 보며
회복된 일상 못 누리는 사람들 생각
“코로나 사망자 애도하고 유가족 위로
계속 함께하고 기억하는 언론 될 것”

조심스럽게 이어오던 문화예술계 행사도 꽃을 활짝 피웠다. 소극장부터 대형 공연장까지 관객들이 좌석을 가득 채운다. 어린이날 축제, 조선통신사 축제, 거리예술축제, 부산국제연극제, 부산국제무용제 등 연일 쏟아지는 행사 소식에 신문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요.” 조선통신사 축제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의 말은 코로나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우리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온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 한쪽이 무겁다.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걱정이지만, 되돌아온 일상을 즐길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메일을 하나 받았다.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보호자 모임’이 보낸 메일에는 코로나로 희생된 분들을 기리며 유가족이 하늘로 보낸 편지 영상이 링크되어 있었다.

‘온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는 5월 화창한 날에 눈물이 납니다…가족을 먼 곳으로 보낸 후로, 덩그러니 남은 나는 이 텅 빈 마음이 채워지지 않아 하늘로 편지를 씁니다. 코로나19 위중증 피해로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 그리고 나의 가족을 부디 잊지 말아 주세요.’ 영상 속 글에 지난해 진행한 코로나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 ‘늦은 배웅’ 속 사연들이 겹쳤다.

부산일보가 2021년 9월 30일 개설한 ‘온라인 추모관’ 성격의 인터랙티브 페이지(bye.busan.com)에는 지금도 꾸준히 글이 올라온다. 23일을 기준으로 유가족이 직접 올리는 부고는 88건, 추모 메시지는 100건이 됐다. 코로나 사망자 유가족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일의 어려움을 알기에 사연 하나하나가 참 소중하다.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 유리문 너머로 마지막 인사를 나눈 엄마, CCTV로 임종한 아버지, 백신 접종 후 일주일 만에 세상을 뜬 가족 등 떠나간 이에 대해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가득한 유가족의 사연은 읽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추모 메시지도 고맙다. 코로나 병동에 근무했던 간호사 한 분은 ‘갑작스러운 죽음에 슬퍼하는 유가족께 차마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라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했다’는 사과의 글을 남겼다. 코로나 자가격리에서 해제된 다음 날 글을 올린 한 시민은 ‘그간 돌아보지 못한 코로나19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빚을 진 느낌’이라며 함께 기억하고 애도하겠다고 했다. ‘뒤에서 수호천사처럼 유가족분들을 응원하겠다’는 다짐을 밝힌 사람도 있다.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코로나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우리가 우리에게 보내는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코로나 사망자 애도 관련 칼럼을 몇 번 썼다. 기자의 입장에서 반복되는 주제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프로젝트 참가자로서의 책임감이 앞선다. 늦은 배웅 팀의 단톡방에서는 인터랙티브 페이지에 대한 이야기와 유가족이 보내주시는 소식 등이 계속 공유된다. ‘유가족의 아픔에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다. 최근 중앙의 한 언론사도 코로나19 희생자 애도 기획을 통해 ‘사회적 장례’ 추진에 나섰다. 더 많은 언론이 코로나 사망자와 유가족, 확진자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해본다. 우리는 오늘도 당신의 사연을 기다리고 있다.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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