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워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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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바베이도스는 외국인이 1년간 머물며 일할 수 있는 원격근무비자제도 ‘천국에서 일하기’를 진행하고 있다. 섬 전역에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자녀를 사립이나 공립학교에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핑크빛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북대서양의 버뮤다제도도 ‘워크 프롬 버뮤다’를 시작했다. 버뮤다에 최장 12개월 머물며 원격 근무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버뮤다 정부는 도시의 오피스에 갇혀 있지 말고 물 위에서 일과 휴식을 함께하라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코로나 팬데믹이 바꿔 놓은 지구촌 풍경이다. 재택근무를 넘어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결합한 워케이션(workcation)이 새로운 근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적 관광지들이 경쟁적으로 디지털 유목민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워케이션은 1990년대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일과 휴가, 업무와 업무 외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서구 국가들에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 위해 자연스레 생긴 개념이다. 2010년대 인도네시아 발리는 미국 스타트업들이 우붓 지역을 중심으로 공유 오피스를 형성하며 디지털 유목민들의 성지로 떠올랐다. 이 같은 트렌드가 코로나를 거치며 카리브해 등 세계적 관광지에서 워케이션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직장 문화도 코로나로 균열이 생겼다. 재택근무가 다양한 형식의 유연근무로 진화하며 뉴노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로 통칭되는 젊은 IT 기업들이 주4일근무와 워케이션을 적극 도입하는 것도 MZ 직장인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와 지자체들은 워케이션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고 6·1 지방선거에 ‘우리 지역을 워케이션 성지로 만들겠다’는 공약이 등장할 정도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최근 부산에서 워케이션을 할 스타트업 참여 신청을 받은 결과 전국 8개 기업에서 60명이 모였다. 바다를 보며 일하고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 우리에게도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됐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언제, 어디서 일하는가를 따지기보다 ‘일 본연의 가치’에 집중해 직원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일의 능률이 오르고 창의적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면 해수욕장이건 호텔이건 숲속이건 시골이건 무슨 상관이겠는가.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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