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지방선거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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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선 정치부장

한 해에 전국 단위 선거를 두 번 치르는 것은 10년마다 반복된다. 올해가 그 해다. 대선은 치렀고, 지방선거가 모레다. 10년 전인 2012년에는 총선(19대)과 대선(18대)이 있었고, 별 이변이 없는 한 10년 뒤인 2032년에는 대선(22대)과 총선(24대)이 있을 것이다. 1995년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을 뽑은 뒤 2회 지방선거를 1998년에 치르면서 형성된 패턴이다.

선거가 두 번 열릴 때 그중 하나는 대선이다. 4년 주기의 지방선거나 총선이, 5년 주기의 대선과 만나는 때가 올해(2022년)처럼 2자로 끝나는 해인 것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과거와 결정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대선이 먼저 열린다는 것이다. 그것도 겨우 두 달 차이로. 대통령 탄핵으로 2017년 대선이 앞당겨진 탓이다. 1988년 13대 이후 대선은 항상 12월에 열렸고, 새 대통령은 이듬해 2월 취임했다. 같은 해 선거라도 비교적 독립적으로 진행됐다.

10년마다 전국 단위 선거 두 번 실시
처음 대선 먼저 열리면서 영향 심해

국정안정론, 정권견제론 다툼 속에
지방선거 풀뿌리 기능은 흔들려

삶의 변화, 지역의 활로 모색 등
선거 계기로 치열하게 고민해야


이 같은 변화의 영향은 말 그대로 ‘결정적’이다. 선거 이후 대통령직인수위 활동,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컨벤션 효과’와 ‘허니문 효과’로 지방선거는 대선의 영향권 안에 있다. 이런 분위기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달 초 부산시장 여론조사에서 새 정부 ‘국정안정론’과 ‘견제론’의 비율은 여야 주요 후보 지지율과 거의 비슷했다. 동조화 현상이다. 여야 정치권이 의도했든 안 했든, 이 프레임 자체는 대체로 야당에 불리한 것으로 점점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정당 공천을 않는 교육감 후보마저 새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려는 상황이다.

부담스럽기는 새 정부도 마찬가지다. ‘평가’ 시점이 너무 빨리 도래하는 것이다. 특히 올해처럼 0.73%포인트의 초박빙 승부를 펼친 뒤에는 더 그렇다. 대선 연장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게다가 지방선거 출마 등으로 같은 날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이재명 후보가 가세하면서 그런 분위기가 강화된다. 차분하게 국정운영 방향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에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과거 대통령들도 재임 중 최소 두 번의 중간평가(총선·지방선거)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처럼 촉박하지는 않았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대선 결과를 수용하고 생업에 집중할 심적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좀 피곤한 일이다.

올해 지방선거 단체장 공천 과정은 대선 직후 예상했던 대로였다. 국민의힘 쪽에는 사람이 넘쳐나고, 민주당에서는 현역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국힘의 경우 공천 과정에서 다툼도 많았고 후유증도 있다. 개혁공천을 내걸었지만 과거 관행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대선 패배 뒤 민주당에서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강행했다. 당위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정권 말기에 이렇게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것은 대선 패배에 따른 조급함 탓일 것이다. ‘86그룹 용퇴론’이 나오지만 아직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가뜩이나 악전고투하는 민주당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중앙 악재에 속을 끓이고 있다.

근본적인 걱정은 대선에서 파생된 변수로 지방선거의 풀뿌리 기능이 실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에서는 대통령에게 기대려는 정치적 나태함이, 야당에서는 패배감이 짙다. 후보 경쟁률은 낮고, 정책공약 제시도 부족하다. 네거티브가 줄었다는 것이 그나마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국힘에서는 대선 올인을 이유로 대선 전 예비후보 등록자에게 불이익을 주기까지 했다. 지방자치와 유권자 알권리라는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정치적 중앙 종속이 심각하다.

정치는 희망과 실망의 반복이다. 선거 때면 희망 섞인 공약들이 쏟아지고, 기존 집권세력에 대한 실망은 부각되기 마련이다. 어쩌면 정치는 실망을 에너지로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만난 한 여당 국회의원은 현재의 ‘쏠림’을 내심 걱정했다. 2년 뒤 총선에서는 정반대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심은 항상 출렁이며, 권력의 집중과 느슨함을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같은 흐름이 여당에 마냥 좋지만은 않다. 민주당이 무너진 것도 자만심 때문이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부산은 어떤 희망을 찾고 있는가. 가덕신공항, 2030엑스포, 북항재개발, 인구감소, 교육혁신 등 지역 현안을 풀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삶의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 전국 최대 지방도시로서 지방의 한계를 뚫고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부산이 앞장서야 한다.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낡은 도시 패러다임을 바꾸고 외형 확장만이 아닌 개별 시민의 삶의 질도 높여야 한다.

그러니 집으로 배달된 공보물이라도 꼼꼼히 살펴보자. 이번 선거에서는 시장을 비롯해 교육감,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까지 7개 용지(비례대표 2곳 포함)에 투표해야 한다.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사람들이다. 사전투표를 안 했다면, 아직 이틀 남았다.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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