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내 삶을 바꾸는 지방자치'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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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한식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상임대표 부산대 명예교수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끝났다. 과정이 어떠하든 시민은 선택했고, 지방권력은 재편되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시·군·구 의원, 시장·군수·구청장, 시도 의원, 시도 교육감, 시장·도지사님들께 먼저 깊이 축하 드린다. 지역사회와 시민 삶이 오래된 정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게 꼭 성공하시길 바란다.

정부와 지자체 이데올로그들은 지방자치 발전의 비전과 목표로 언필칭 ‘내 삶을 바꾸는 지방자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방선거로 지방권력 담당자들이 재편되었으나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고 내 삶을 나아지게 하리라는 기대가 낮은 탓이리라.

‘내 삶을 바꾸는 지방자치’는 왜 안 될까? 어떻게 하면 내 삶에 실제로 보탬이 되는 지방자치가 될 수 있을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일꾼들
축하 드리며 꼭 성공하시길

국가주의·중앙정치에서 벗어난
시민참여·분권이 지방자치 핵심
실천적 시민주체 리더십 절실


우리 지방자치의 당면 핵심과제는 간단히 말해 시민참여와 지방분권의 획기적 강화로 집약된다. 현재 우리의 지방자치는 글로벌 경쟁의 와중에서 중앙집권-수도권 집중 체제에 따른 지방소멸과 극심한 지역 불균형구조가 격화되는 대세에 떠밀리고 있다.

지방자치가 이에 맞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민 주체의 자치역량 강화에 중심을 두고 지자체와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시민의 주체적 참여와 주민자치권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소수 기득권층 및 관 주도에 집착할수록 시대에 뒤떨어질 뿐이다.

실제로 광역 및 기초 지자체들 사이에 주민자치 제도 정책과 주체적 역량의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이는 주민 삶의 질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주민 주도 주민자치 정책의 획기적 강화가 우리 지역의 절박한 요구라 하겠다.

둘째로 국가주의적 한계를 넘어서 지역과 시민으로부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견인할 수 있으려면 지방자치와 시민정치의 전략과 리더십이 지역과 시민의 자치분권 역량의 획기적 성장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간의 정부와 지자체 중심의 지방분권-균형발전 정책과 시민사회운동을 돌아보면 일정한 성과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국가주의와 소수 엘리트주의의 틀에 포섭된 것이었다.

결국 정책 목표와 기대와는 거꾸로 지역에 대한 강고한 중앙집권-수도권 지배·집중구조의 확대 재생산과 지역소멸의 가속화로 귀결되어 버린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담론은 화려하고 무성했지만 정책은 실패한 것이다. 자치분권 시민운동 쪽도 소수 상층 엘리트 및 관 주도 리더십에 발목 잡힌 채 지역과 시민이 주도하는 튼튼한 대중적 시민시회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엄정한 비판적 성찰이 절실하다 하겠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을 보면 대부분의 화두가 중앙정치의 연장선상에서 지방자치를 보고 지역과 시민의 주체적 관점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 안정을 위해 대통령에 힘을 실어 주자거나 반대로 집권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에 힘을 실어 주자는 논리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문제는 이러한 논리가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또한 지방자치 발전전략과 시민참여 및 자치분권의 강화야말로 지방자치를 바로 세우고 무너지는 지역사회를 살리는 핵심과제임이 자명한 이치인데도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로 되지 못했다. 자치의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때문이리라.

그러므로 지방자치 권력의 핵심인 자치단체 선출직 리더와 주권자인 시민은 지방자치가 ‘내 삶을 바꾸는 지방자치’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나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 시민참여와 자치분권 강화를 실천적 기본지표로 삼아야 한다.

우리의 실천 경험에 따르면 주민자치와 자치분권의 실천적 시민주체 리더십의 획기적 육성과 이를 위한 체계적 교육전략, 시민정치 네트워크 강화 전략, 이에 기초한 시민의 정책 참여와 대화공론 전략, 위계제 권력에 대한 시민정치의 영향력 강화 등이 중시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내 삶을 바꾸는 지방자치’ 만들기의 비결은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나서고 가까이 함께하는 사람들을 나서도록 하는 데 있다는 점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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