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기초단체장 결과] 절반 육박하던 ‘블루라인’, 4곳 빼고 ‘올 레드’로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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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낙동강 전선’은 무너지고, 경남이 전통적 보수 텃밭으로 회귀했다.”

지난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경남도내 광역·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회 선거 결과에 대한 평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낙동강 전선’으로 불리는 김해·양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패하고, 경남의 수부도시인 창원마저 국민의힘에 반납했다. 경남 지도를 펼쳐보면 거의 절반에 달하던 ‘블루’가 거의 빨간색으로 변해 버렸다.


민주 낙동강 전선 붕괴해 보수 회귀

김해 ‘노풍’· 양산 ‘문풍’도 힘 못 써

광역의회도 국힘 의원으로 물갈이

민주, 초라한 성적… 남해 1곳 승리


경남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인 장충남 남해군수 당선인(맨 오른쪽)이 2일 군청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선규 기자 경남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인 장충남 남해군수 당선인(맨 오른쪽)이 2일 군청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선규 기자

이번 선거에서 도내 18개 시·군 중 8개 시 지역 단체장은 모두 국힘이 이겼다. 나머지 10개 군 지역에서도 6곳에서 국힘이 이겼다. 국힘은 18개 시·군 중 14곳을 차지했다. 반면 직전 선거 때 7곳에서 단체장을 배출한 민주당은 이번엔 단 1곳 남해에서만 당선인을 내는 데 그쳤다.

이번에 국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 이듬해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역대 처음으로 차지한 6곳(창원·양산·거제·통영·고성·남해) 중 남해를 제외한 5곳을 모조리 빼앗았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귀향한 2008년 이후 치러진 4번의 전국동시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줄곧 민주당 차지였던 김해마저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달 초 귀향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문풍’을 기대했던 양산에서도 맥없이 무너져 버렸다.

민주당으로선 ‘낙동강 전선’에서 괴멸하고 거제·통영·고성 등 남해안에서도 붕괴됐다. 유일하게 남해(장충남 당선인)에서만 최초의 민주당계 재선 당선인을 내는 데 그쳤다. 다만 의령(오태완)·하동(하승철)·함양(진병영) 3개 군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이들 무소속 당선인은 모두 국힘 출신으로, 공천 결과에 불복해 탈당한 경우다. 공천갈등으로 인한 ‘우발적 가출’이다 보니 ‘귀가’할 가능성도 높다.

일단 국힘 측에서는 무소속 당선인의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허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차후 복당이 실현되면 경남에서 국힘 소속 기초단체장 지역은 최대 17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국힘은 사상 최고의 성적표를 쥐게 된다. 더욱이 경남도지사마저 박완수 후보가 당선되면서 광역과 기초 모두 국힘이 권력을 거머쥐게 됐다. 경남이 통합창원시 출범으로 현재와 같은 18개 시·군 지형을 갖춘 2010년부터 선거 전적을 보면 ‘국힘 14 : 민주 1: 무소속 3’이라는 올해 선거 결과는 국힘 전신인 새누리당이 14곳에서 승리하고, 새정치민주연합과 무소속이 각각 1곳·3곳을 차지한 2014년 지선 때와 동일하다.

2014년 무소속 당선인이었던 송도근(사천)·오영호(의령)·윤상기(하동) 중 오영호 전 군수를 제외한 2명은 국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바 있다. 경남에서는 2018년 선거(자유한국당 10곳·민주 7곳·무소속 1곳, 무소속 서춘수 함양군수는 이후 국힘 복당)에서 민주당이 보수 정당의 아성을 깨고 지방 권력을 교체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원조 보수텃밭이라 불리던 경남에서 진보 성향 민주당의 약진은 천지개벽이나 다름없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경남이 불과 4년 만에 다시 보수 텃밭으로의 회귀하면서 보수 본성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와 민주당 실정에 대한 도민들의 심판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2018년과 달라진 분위기는 3월 대선 이후 진행된 민주당 기초단체장 공천 과정부터 예고됐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부산·경남지역 민주당 인사들이 넘쳐났지만, 이번엔 출마자를 맞추기 힘든 기근 상황으로 내몰렸다. 반면 당시 난파선을 방불케 했던 국힘은 출마자가 너무 많아 경선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다.

민주당은 밀양·의령·함양·산청·거창 등 5곳에서 재공모까지 거쳤지만, 아예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올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경남에서는 2018년과 같은 민주당 바람은 아예 기대할 수 없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사상 처음으로 18개 시·군 전역에서 후보를 낸 바 있다. 이번에 그나마 1곳을 수성하기는 했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상징성이 큰 김해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귀향한 양산 등 ‘낙동강 전선’을 국힘에 내어준 점에서 정치적 타격은 상당하다.

광역·기초단체장 교체와 함께 광역의회 구성원도 물갈이됐다. 도내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몰락하고, 국힘 후보들이 압승을 거뒀다.

도내 광역의원 지역구 당선인 58명(비례대표 6명 제외) 중 국힘 소속은 56명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소속 당선인은 2명(남해 1, 김해 1)에 그쳐 그야말로 ‘참패’ 수준이다.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는 지역구에서 모두 낙선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돌풍이 불었던 창원, 김해, 양산, 함안 등을 포함한 도내 전역에서 국힘 후보들이 초강세를 보였다. 광역의원 수가 많은 창원(16명)과 양산(6명)을 비롯해 도내 전체에서 민주당이 몰락했다.

비례대표 당선인을 포함하면 국힘 60명, 민주당 4명이다. 정의당 등 군소야당과 무소속은 의석이 아예 없다. 국힘은 박완수 경남도지사부터 시작해 광역의회, 도내 기초단체장 선거까지 압도적으로 승리한 만큼 안정적 국정 운영을 도우며 여당으로서 힘 있게 지방행정을 이끌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으로선 국힘 중심의 단체장과 의회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의석 자체가 역부족인 상황으로 변해 버렸다. 민주당이 힘을 기댈 곳은 김해 두 곳과 양산 한 곳에 남아 있는 국회의원 3명뿐이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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