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다회용 ‘E컵’ 제작, 이용 플랫폼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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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부산 스타트업] 그린업

한국인에게 카페는 일상이 됐다.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카페에 가서 테이크아웃을 한다고 가정하면, 국민 1명이 1년에 배출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만 365개다. 단순 계산으로 해도 국민 전체가 1년에 배출하는 플라스틱 컵 양은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다. 하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재활용률은 2%대에 불과하다. 버려진 플라스틱 컵은 미세 플라스틱이 돼 각종 환경 문제와 질환을 일으킨다.

부산 바닷가 일회용 컵 쓰레기를 보고, “일회용 컵을 쓰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고민에서 창업한 부산 스타트업이 있다. 다회용 컵인 ‘E컵’과 이용 플랫폼을 개발한 그린업이다.

비스페놀A 나오지 않는 PP 소재
200회까지 사용 후 100% 재활용
대여·반납 현황 실시간 추적·관리
부산시와 협력, 카페서 시범 운용
시리즈 A 유치, 올해 최대 목표

■17번만 써도 환경 손익분기점 넘어

그린업은 2020년 11월 오민경(44) 대표가 평소 하던 고민에서 시작해 창업한 회사다. 이미 2011년 ‘유핸디’라는 비대면 물건 구매 전달 시스템을 개발하고 창업한 경험이 있는 오 대표의 아이디어 노트에서 나왔다.

“부산에 살다 보니 바다에 가면 일회용 컵 쓰레기가 눈에 띄더라고요. 일회용 컵을 안쓰고 카페에서 다회용 컵을 테이크 아웃하고 또 다른 카페에서 반납할 수 있다면 환경에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 대표는 2020년 8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2020 IoT(사물인터넷) 리빙랩 운영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이후 ‘E컵’이 탄생했다.

E컵은 환경호르몬 BPA(비스페놀A)가 나오지 않는 PP(폴리프로필렌) 소재로 제작한 컵이다. 200회까지 사용하고 나면 전문 업체로 보내져 분쇄하고, 재생 플라스틱으로 100% 재활용된다.

“텀블러의 주된 소재인 스테인리스의 경우 1000번 이상 써야 환경 손익분기점이 넘습니다. 3년 동안 매일 써야 가능한 수치죠. E컵의 경우 최소 17번에서 40번 이상만 써도 환경 손익분기점이 넘으니 친환경적입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카페에서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라는 인구 20만 명의 소도시에서는 2016년 11월부터 카페에서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 사용을 도입했는데, 최근에는 사용률이 80%에 달할 만큼 자리를 잡았다.



■E컵의 사용법은

그린업은 E컵이 국내 최초로 디지털 방식으로 대여와 반납 현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린업과 마찬가지로 다회용 컵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회사가 있지만, 사용자를 특정하고 사용자의 패턴 분석이 가능한 것은 그린업뿐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E컵 앱을 스마트폰에 깔고 보증금 2000원을 충전하면 준비 완료다. 지금은 홍보 기간이라 컵 1개의 보증금은 그린업이 지원한다. 위치 기반으로 표시되는 E컵 사용 매장에 가서 앱을 켜고 요청할 E컵의 수를 선택한 뒤에 생성되는 QR 코드를 매장에 설치된 전용 QR 코드 리더에 읽히면 E컵에 담긴 음료를 받을 수 있다.

음료를 E컵에 테이크아웃한 뒤 또 다른 E컵 사용 매장에 가서 컵에 찍힌 QR 코드를 읽히고 반납하면 된다. 매장에 따라 손님이 직접 QR 코드를 찍어 전용 수거기에 반납할 수도 있고, 점주가 반납하는 것도 가능하다.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 2000원이 그대로 앱으로 다시 충전돼, 다음번에 또 E컵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오 대표와 취재진은 동래구 낙민동 한 카페에서 만나 E컵을 받아 음료를 마시고, 동래구청 내 카페 반납기에 E컵을 반납했다. 더러워진 텀블러를 집에 가져가서 세척할 필요가 없으니 편리했다.

“사실 일회용 컵만큼 편리할 수는 없죠. 앱을 켜거나 QR 코드를 찍을 필요도 없으니까요. 처음에 QR 코드를 찍는 시간을 10초로 설정했는데, 길다는 평가가 있어서 3초로 줄였습니다. 아주 약간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환경에 도움이 되니 지자체나 기업도 관심을 갖고 최근에는 연락이 많이 옵니다.”

실제로 어벤더치커피, 동백커피 같은 부산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제안하고 있고, 그린업은 협업의 폭을 늘리고 있다.



■약간의 규제와 인식 개선 ‘필수’

부산시는 그린업과 손잡고 지난해부터 ‘부산 E컵’으로 시청 주변 카페에서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동래구청은 지난 3월부터 청사 내 플라스틱 컵 반입 금지를 실시하고 다회용 컵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동래구청 내 카페에서는 물론이고 외부에서 플라스틱 컵을 들고 청사에 들어올 수 없다.

동래구청 근처 카페도 다회용 컵 도입을 장려하고 지원해, 자연스레 동래구청에서는 E컵 사용이 일상화됐다. 실제로 점심시간 E컵을 들고 청사로 돌아오는 공무원이 많았다.

그린업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E컵 앱 가입자는 3325명이고, E컵의 총 사용 횟수는 1명이 여러 번 사용한 횟수를 포함해 총 1만 6217회였다. 시작한 지 반년만의 성과다. 아직 부산 시내에 E컵을 이용하는 카페는 50여 개 정도지만 더 늘어날 전망이다.

창원시가 자체적으로 선보인 ‘돌돌컵’은 그린업과 협업해 ‘돌돌E컵’이라는 이름으로 다음 달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그린업은 해운대지역자활센터와 업무 협약을 맺고 E컵 세척 과정을 업그레이드했다. 초벌 세척부터 자외선 UV 세척 등 총 6단계로 세척해서 다시 소비자의 손으로 돌아간다.

“아직 그린업은 창업 초기 기업이기 때문에 갈 길이 멉니다. 올해는 시리즈 A 투자 유치가 목표고, E컵을 사용하는 카페도 대폭 늘리고 싶습니다. 원래 6월 시행 예정이었던 카페 내 플라스틱 컵 보증금 제도가 12월로 미뤄진 게 조금 아쉽습니다. 결국 약간의 규제와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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