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자만은 반드시 자멸을 부른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권기택 서울지사장

제8회 지방선거가 부산·울산·경남(PK)에서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났다. 예상된 결과이긴 하지만 민심이 무섭다는 점을 새삼 느낀다. 이번 지선은 “자만은 반드시 자멸을 부른다”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시켰다. 우리 현대사에서 불문율처럼 이어져 오는 ‘선거의 법칙’이다. 우리 국민들은 민의를 왜곡하거나 유권자의 정서에 반하는 정치를 일삼는 정당에 항상 철퇴를 내렸다. 역대 선거에서 거의 예외없이 계속됐다. 그리고 우리 선거에선 ‘내가 잘해서’보다 ‘남이 못해서’ 이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선 통해 민심의 무서움 다시 느껴
민의 왜곡하는 세력에겐 철퇴 내려

민주당 세력은 대선 승리 후 기고만장
의석수 앞세워 국회서 전횡 일삼아

윤석열 정부도 2번 승리 민심 읽어야
부울경 약속 지켜야 차기 총선도 유리


20대 총선 직전인 2015년 말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김무성 대표는 “이번에 180석 이상을 얻어야 하고,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지역구에서 겨우 105석을 얻어 더불어민주당(110석)에 ‘원내 1당’ 지위를 빼았겼다. 부산에서도 보수 정당이 지역구 의석을 6석이나 잃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여러가지 패인이 있었지만 집권당 대표의 ‘오만’이 자충수가 된 것이다. 이후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총선 및 지방선거 참패 등 6년 넘게 ‘고난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은 19대 대선에서 승리한뒤 그야말로 기고만장했다. 하기야 대선-지선-총선 등 3대 빅이벤트에서 모두 승리했으니 흥분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해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이긴 것은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심을 왜곡한 보수세력에게 철퇴를 내린 것이다. 그리고 ‘확실한 승리’도 아니었다. 당시 문재인 후보 득표율(41%)은 세 야당 후보 득표율 합계(51%)보다 10%P나 적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반대 세력의 지분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고, 야당의 요구도 철저히 외면했다. 당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거리낌없이 ‘20년 집권론’을 펼쳤고, 문재인 대통령은 30명이 넘은 고위직을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임명했다. 민주당은 국회가 자신들의 독무대인양 전횡을 휘둘렀다. 그들은 민심이 이반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70년간 유지돼온 형사 사법제도의 근간을 본회의 개의 3분만에 강행처리했다. 그들의 유일한 버팀목은 역대 최고를 기록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말 국정 지지도였다. 하지만 그들에겐 부정평가는 보이지 않았다. 한국갤럽의 마지막 조사(5월 3~4일)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45%였고, 부정평가는 그 보다 높은 51%였다.

20대 대선 결과를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를 불과 0.7%P 차이로 이겼다는 점만 집중 부각시켰다. 그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분명한 것은 윤 대통령(47%)이 문 대통령보다 6%P 높은 지지로 당선됐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민주당 출신 박병석 전 국회의장 조차 퇴임 간담회에서 “0.7%P 차이라고 해도 패배는 패배다”라고 했겠는가.

민주당은 대선과 지선에서 2연패 했다. 아직 국회 의석수는 앞서고 있지만 22대 총선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자신들의 아성으로 여겼던 서울과 수도권에서 패했고,부울경에선 참패했다. 벌써부터 민주당 일각에선 총선까지 3연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처럼회’와 같은 강경파를 배제하고 586세력들을 물갈이 해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이 차기 총선에서 참패를 면할 최소 요건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권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0.7% 민심’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이번 지선에서 압승을 보내준 민의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민주당의 전철을 밟게 된다. 다시 ‘만년 야당’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철저하게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고 침체된 경제를 획기적으로 살려야 한다. 지역균형 발전에 대한 확고한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특히 부울경에 대한 접근법을 크게 바꿀 필요가 있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와 가덕신공항 건설은 부울경의 미래가 걸린 대형 프로젝트이다. 더 이상 부울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매달려야 한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가덕신공항도 마찬가지다. 2029년 이전에 개항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부울경 유권자들은 두 번에 걸쳐 현 집권세력에게 통크게 기회를 줬다. 이제는 현 집권세력이 화답할 차례다. 시간은 많지 않다. 당장 내년 11월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 다음 총선에서 철퇴를 맞을 것이다. 자만하지 말고 항상 겸손해야 한다. 절대 민의를 왜곡하지 마라.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민심을 수용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러면 부울경 유권자들이 또다시 기회를 줄 것이다.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kt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