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지구를 지키는 채식, 지금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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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송무호가 말하는 ‘왜 채식인가’

‘나는 채식주의자다’라고 밝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채식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남아 있고 단체 생활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송무호 동의의료원 슬관절센터장(사진)은 채식을 권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 모임인 ‘베지닥터’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를 만나 채식의 장점은 무엇인지, 올바른 채식생활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식물성 단백질, 영양소 풍부
  비건인 경우에도 부족함 없어
  채식인, 코로나에 저항력 보유
  하루 1끼 채식 등 가볍게 시작
  몸의 변화 빠르게 느낄 것

-어떤 계기로 채식을 하게 됐는지.

“10년 전에 잦은 모임과 회식으로 당뇨병을 진단받았다. 약을 먹는 게 선뜻 내키지 않아 당뇨 공부를 다시 했다. 결론은 약 보다는 식이요법과 운동이 먼저라는 것을 깨달았다. 식이요법을 하니 신기하게도 혈당이 떨어졌다.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고기는 그대로 먹었는데 혈당이 유지돼 별 걱정없이 한동안 지냈다. 그런데 어느날 통풍이 왔다. 동물성 식품 과다섭취가 원인이었다. 그 길로 채식을 시작했고 지금은 당뇨도 없고 통풍도 사라져 아주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젊은층에서 채식 열풍이 불고 있는데.

“채식을 한다고 하면 과거엔 식습관이 유별나다고 여겼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건강한 식단과 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MZ세대들이 채식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식습관을 넘어서 동물학대를 배제하는 삶의 방식인 비거니즘이 주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았고, 한국에서도 최신 트렌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초식동물이라 채식이 맞다는데.

“인체구조는 육식에 맞지 않다. 육식동물들은 초식동물에 비해 무려 10배나 강한 위산이 분비되어 고기를 잘 소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초식동물처럼 산도가 낮아 고기를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 영양학적 측면에서도 채식은 장점이 많다. 미국영양학협회에 따르면 채식은 연령에 관계없이 임신부, 유아, 아동, 청소년, 성인 및 운동선수 모두에게 좋다. 채식은 허혈성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 암, 그리고 비만의 위험도를 낮춘다.”



-건강관리 위해 채식 시작하기도 하는데.

“식물에는 각종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항산화제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따로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채식은 많이 먹어도 체중감량이 자연스럽게 일어나 따로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없다. 암이나 심장질환 예방에도 유리하다. 채식은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요즘 코로나 팬데믹으로 면역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채식인은 코로나19 감염에 훨씬 저항력이 강하다고 영국의학저널(BMJ)에서 보고하기도 했다.”



-채식을 편식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단백질 및 각종 영양소 부족 현상은 완전 채식인 비건인 경우에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식을 하기 어려운 것은 어릴 적부터 길러진 육식 습관 때문이다. 직장 회식이나 지인 모임에서도 혼자 오래 살려고 유난 떤다는 소리를 듣기 쉽다. 하지만 채식은 건강, 환경, 동물보호 측면에서 해볼만 한 가치있는 일이다.”



-고기를 못먹으면 힘을 못쓴다고 말하는데.

“근거없는 믿음이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은 단백질이 아니라 탄수화물이다. 장거리 운동선수들은 시합 몇일 전부터 고기보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카보로딩으로 에너지원을 근육에 저장시킨다. 채식하면 혈관이 깨끗해지고, 심폐기능이 향상되고,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많이 공급할 수 있어 운동능력이 더 향상된다. 개인적으로도 육식을 할 땐 1km를 숨이 가빠서 제대로 뛰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5~6km를 논스톱으로 쉽게 뛴다.”



-채식을 하면 영양 불균형이 온다는 지적은.

“채식을 반대하시는 분들은 단백질, 칼슘, 철분, 비타민 B12, 비타민 D의 결핍을 우려한다. 미국심장학회에서 식물성 단백질로도 필수 아미노산을 얻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면서 영양 불균형 논란은 정리됐다. 칼슘 철분 등 나머지 영양분도 채식으로 부족할 일은 절대 없다.”



-채식을 고수하면 근감소증 우려는 없나.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매년 약 1%의 근육손실이 자연 발생한다. 근감소증은 노화현상이지 병이 아니다. 고령자의 근육 유지에 가장 좋은 방법은 고단백식품이나 단백질 보충제가 아니라 규칙적인 근력운동이다. 흔히 걱정하는 단백질 부족 현상은 고기를 하나도 먹지 않는 비건인 경우에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식물에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단백질이 충분히 들어있기 때문이다.”



-채식하다가 현실과 타협하기 쉬운데.

“처음부터 완전 채식을 하는 건 어렵고 실패하기 쉽다. 채식에는 여러 단계가 있어 자기 몸의 반응을 보면서 천천히 접근하는 것이 좋다. 우선 평상시 채식을 하지만 가끔 육식도 하는 ‘플렉시테리언’부터 시작해보자. 그런 다음 폴로, 페스코, 락토오보 단계를 거쳐 가장 엄격한 유형인 비건 순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다보면 어느 순간 고기 본래의 맛인 비린내가 역하게 느껴져 고기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채식 생활이 즐거워진다.”



-회식에서 불편한데 어떻게 극복하나.

“식습관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단체이면 회식 장소를 가능한 뷔페로 정하면 좋다. 직장 회식에서 고깃집으로 정할 경우에는 미리 과일을 조금 먹고 간다. 그리고 고기에 추가해 나오는 버섯이나 양파, 감자 등을 구워 먹는다. 한국에서는 어느 식당을 가든지 밥과 반찬, 된장국은 나오기에 채식인이라서 불편한 점은 크게 없다.”



-일반인들이 도전할만한 쉬운 채식은.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좋다. 하루 1끼 채식을 한다던지, 비틀즈의 폴 메카트니가 제안한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처럼 주 1회 채식을 하다보면 어느새 채식을 선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왜냐면 속이 편하고 몸이 건강해지는 걸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채식은 간단하고 돈이 들지 않는다. 부작용도 없다. 1주일만 해도 몸에 좋은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실제로 느낄 수 있다. 지금 바로 시작해보자.”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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