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 블록체인 기업 '약속의 땅' 부산 안 온 이유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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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업들의 부산 이전 약속이 공수표로 끝날 우려가 커졌다. 부산을 블록체인 특구를 넘어 블록체인 글로벌 허브로 만들겠다는 부산시의 원대한 꿈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시는 업무협약(MOU)을 통해 수도권 등에 위치한 20여 개 기업을 유치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본사 이전이 이뤄진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 코어기술 전문기업 ㈜미디움이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블록체인 특화 벤처컨벤션 B-Space에 직원 2명의 부산사무소를 개설한 게 전부다. 시가 생색만 내고 후속 조치에는 미흡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시가 기업 유치를 대대적으로 내세운 만큼 왜 부산 이전이 이뤄지지 않고 무엇이 문제인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23개 협약 기업 중 본사 부산 이전 전무
기업과 인력 몰리지 않는 특구는 껍데기

부산은 2019년 7월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해양 물류, 디지털 바우처, 스마트 투어, 공공 안전, 부동산 집합투자, 의료 개인정보 등 실증 사업들도 진행해 왔다. 특히 금융중심지 핀테크 등과 연계한 블록체인 기술개발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5월 세 차례에 걸쳐 수도권 등에 위치한 23개 기업의 본사를 부산에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시는 대규모 역외 기업의 본사 이전과 투자 유치로 ‘블록체인 클러스터’ 조성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결과는 단 한 곳의 기업이 부산사무소를 설치하는 데 그친 초라한 성적표다.

기업들의 ‘부산행’이 이뤄지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입주 공간의 부재였다. 시는 MOU 발표 당시만 해도 해당 기업에 공간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이후에는 아무런 진척도 없었다. 올 상반기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려던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기술기업 ㈜온더도 사무실을 확보하지 못해 이전이 지연되고 있다. 시는 동북아 최대 규모의 블록체인 융복합시설인 국제블록체인비즈니스센터(BIBC)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일 뿐 구체적 로드맵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마냥 부산만 쳐다보고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이고 부산행 의지도 약해지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본사 부산 이전 계획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박형준 시장은 부산을 세계 블록체인 산업의 중심지인 스위스 추크의 크립토밸리처럼 만들겠다는 의지를 자주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블록체인 글로벌 허브니 해도 실제 기업과 인력이 몰려드는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시가 블록체인 기술혁신지원센터와 디지털자산거래소 등도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 없이는 블록체인 특구라는 간판만 남게 된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도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블록체인 금융 혁신도시로 키우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는 현실이다. 시가 신발 밑창이 닳도록 뛰지 않으면 산업생태계 혁신과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은 요원한 꿈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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