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어떠한 시대적 문제의식으로 설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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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설계자들 / 정진아

현재까지 국가 주도 산업화 정책과 경제개발계획에 대한 논의는 주로 박정희 정권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국가 주도 산업화 노선과 경제개발계획에 대한 문제의식은 해방 직후부터 이미 등장하고 있었다. 남한의 경제는 1945년 이후 일본, 1948년 이후 북한과 단절됨으로써 농업과 경공업 중심의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자본주의 발전을 모색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자본주의 경제성장의 유력한 방안으로 모색된 것이 국가 주도의 산업화 정책과 경제개발계획이었다. <한국 경제의 설계자들>은 한국 경제를 설계했던 다양한 주체들은 누구이며, 어떤 시대적 문제의식으로 경제정책을 만들어 나갔는지를 밝힌다.

6·25전쟁 이후 자유경제정책 전면화
1950년대 후반 장기 개발계획 완성
이승만 정책, 박정희 경제 정책으로 계승

이 책은 우선 신생 독립국가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방향을 모색한 해방 후와 정부수립 초기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사회는 한말 국가 주도의 산업화 정책과 더불어 일제하의 경제적 실력양성론과 통제경제론, 민족해방운동 과정에서 정립된 사회적 국가론의 내용을 자본주의 건설노선의 전통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해방 후 국가건설론의 자양분으로 축적되고 있었다. 해방 후 사회개혁의 열망은 1948년의 제헌헌법에 농지개혁, 중요산업의 국공영 원칙으로 반영됐다.

정부수립 초기 경제정책론의 대립구도는 자본주의 계획경제론과 자유경제론으로 양립됐다. 조봉암·이순탁 등 자본주의 계획경제론자들은 생산계획과 물동계획, 물가계획을 통해 국가가 전 산업분야를 통제하고 균등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반면, 금융계 인물 중심의 자유경제론자들은 물동계획과 자금계획을 통해 자본가를 육성하고자 했다. 이후 자본주의 계획경제정책은 정부 내부의 견제와 반발에 의해 조기에 좌절했다.

한국전쟁과 그 전후 시기는 자유경제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공업-기간산업의 동시발전을 노린 시기로 평가 받는다. 6·25전쟁 이후 자유경제정책이 전면화되었다. 백두진을 수장으로 하는 ‘재건기획팀’은 원조와 금융정책을 통해 자본가의 육성을 측면 지원하고, 기간산업은 정부가 투융자를 통해 조성하는 ‘경공업-기간산업 동시발전 노선’을 추진했다.

1950년대 후반은 장기 경제개발계획의 탄생한 시기였다. ‘전후재건사업을 통해 전쟁 전 수준으로 생산력이 회복되자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통해 경제부흥을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경제조정관 김현철은 미국의 일관된 요구였던 경제안정을 전폭적으로 수용하여 재정금융안정정책을 추진, 경제개발계획에 대한 승인을 얻어냈다.’ 이승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론과 정책은 결국 중화학공업 중심의 국가 주도 산업화정책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특히 이승만 정권의 정책은 이후 장면 정권 및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경제개발계획의 정책기반과 경험으로 계승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정책의 방향과 내용뿐 아니라 계획을 주도한 인물들의 정책론을 심층 분석해 흥미를 더한다. 현대사 연구학자인 저자는 현재 건국대 인문학연구원 및 대학원 통일인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정진아 지음/역사비평사/408쪽/3만 원. 천영철 기자 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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