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어쩌다 '5만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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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금융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외국인과 기관들이 투매에 나서 국내 주식시장은 곤두박질쳤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주식을 사들이며 폭락장 방어에 나섰다. 1884년 반봉건·반외세를 기치로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이 생겼다. ‘대한민국 건국 101년(2020)에 개인투자자가 중심이 되어 일으킨 반기관·반외국인 운동으로, 2020년 1월 20일 이후 개인들이 모두 9조 8270억 원을 매수한 운동을 뜻한다’라는 풀이로 시사용어사전에까지 올랐다. 당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외국인들의 투매에 맞서 개인투자자들의 누적 순매수가 22조 원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다”며 “우리 기업에 대한 애정과 주식시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적극 참여해 주신 투자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공식 언급했을 정도였다.

세계적 유동성 공급 확대로 주식시장은 활기를 되찾았다.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이어졌고 20~30대 밀레니얼세대도 주식 열풍에 가세했다. 동학개미에 이어 ‘서학개미’가 등장하고 ‘주린이’ ‘빚투’ 같은 용어들이 뒤따르기 시작했다. 이즈음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리언 쿠퍼먼은 “개인들의 투자 열풍은 결국 눈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12만전자’ ‘5천슬라’ ‘5억비트’ 등의 조어들이 투기 심리를 부추겼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세계 경제의 복합 위기로 주식시장이 다시 폭락장으로 진입하면서 동학개미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6월 25일 최고점 3316.08 대비 30% 안팎으로 빠졌다. ‘10만전자’를 바라보던 삼성전자는 ‘5만전자’로 내려앉았다. 동학개미운동의 선봉장을 자임했던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차명 투자 의혹으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아 개인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기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10년 이상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려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 했다. 모두가 욕심을 부릴 때 공포를 느끼고 모두가 공포심을 느낄 때 욕심을 부리라고도 했다. 멀리 내다보고 주식 투자를 하라는 이야기인데 지금 폭락장의 고통을 겪고 있는 개인들에게 위로가 될까. 최근 그와 점심 한끼를 먹는 경매가 246억 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연례행사로 자선 점심 자리 경매를 진행해 왔는데 올해를 마지막으로 하겠다고 밝힌 때문인지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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