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부산 매력 부각 ‘개발도상국 마음 잡기’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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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엑스포 유치전 2차 PT 뭘 담았나

우리 정부는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2030월드엑스포 유치 2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주제에 대한 깊이 있고 진지한 설명, 한국과 부산이 가진 역량·모습 등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12월 1차 PT 때 경쾌한 음악과 세련된 영상으로 한국과 부산의 매력을 충분히 알렸다고 판단, 이번엔 전략 수정에 나선 것이다.

특히 세계 최빈국에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경험, 글로벌 연대·협력 노력 등을 강조하며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발도상국 대표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공을 기울였다는 평가다.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등 경쟁 도시들도 유명 스포츠 스타, 석학, 기업인 등을 내세워 회원국 대표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영상과 메시지로 유치 의지를 전달했으나 한국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쾌한 음악·세련된 영상에 초점
1차 PT 때와 다른 전략으로 접근
주제 진지한 설명·전달에 주력
한덕수 총리 대응은 사우디 견제
이탈리아·사우디도 회원국 구애

한국은 21일 오전(현지 시간) 파리 컨벤션 시설인 ‘팔레 데 콩그레’에서 진행된 20분간의 2차 PT에서 우리가 정한 2030월드엑스포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과 부산의 매력적인 속살을 담아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상당 기간에 걸쳐 BIE 내부 분위기 파악, 전문가 검토 등을 거친 끝에 새로운 전략으로 PT에 임한 것이다. 대표단 관계자는 “회원국 대표들이 현란한 영상 등을 내세운 이벤트성 발표보다는 좀 더 진지한 주제 전달, 글로벌 연대·협력 노력 등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한국이 또 ‘한덕수 총리 카드’로 2차 PT에 대응한 것은 주요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견제용으로 풀이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초반부터 왕세자를 비롯한 왕실이 직접 나서자 한국도 국가적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대응이다. 한 총리가 먼저 연단에 오르는 동시에 2030월드엑스포 부산 주제를 환기시키는 유려한 도입 영상이 상영됐다. 한 총리는 2007년 여수박람회 유치 경쟁 당시 BIE 총회 참석 경험을 소개하며 회원국 대표들에게 다가섰다. 이어 한 총리는 “2030월드엑스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영감을 주고, 직면한 공통의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법 마련을 위해 세계인이 지혜를 모으는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연사인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양주리 연구원은 경쾌한 목소리로 자신이 직접 수행한 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감정인식 기술을 탑재한 새로운 모빌리티 제작 경험이었는데 양 연구원 발표는 2030부산엑스포 두 번째 부주제인 ‘인류를 위한 기술’에 대해 회원국 대표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정부 대표단이 준비한 또 다른 깜짝 연사인 에티오피아 출신 렘마 테솜 투파 충남대 연구교수가 세 번째로 무대에 오르자 BIE 회원국 대표 대부분이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냈다. 그가 한국전 참전 경험이 있는 조부 사연과 부산대 박사 과정 당시 시민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한 경험 등을 소개하자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박형준 부산시장은 아직 세계가 모르는 부산의 매력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박 시장은 부산의 매력·기후, 엑스포의 무대 부산 북항, 해상도시 프로젝트 등을 소개한 뒤 “부산은 엑스포를 국제사회의 지혜를 모으는 장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사전 준비된 영상을 통해 “2030월드엑스포는 세계인이 미래를 경험하고 즐기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2030년 부산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2차 PT에서도 한국은 인상적인 음악과 내용을 담은 영상으로 주목받았다. 부산의 힙합가수 ‘제이통’과 ‘피원에스’가 계속 ‘부산’을 연호하는 음악으로 회원국 대표들의 뇌리에 부산을 각인시켰고, 키네틱 아트 기법으로 세련미를 더한 영상들 역시 돋보였다.

한국에 앞서 발표를 진행한 이탈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도 다양한 연사를 통해 자국의 엑스포 주제를 전달하는 한편, 매력적인 영상을 상영하며 BIE 회원국 사로잡기에 나섰다. 이탈리아는 올림픽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엘리사 산토니, 2006년 노벨상 수상자 무하메드 유누스, 지암피에로 마셀로 조직위원장 등을 연사로 내세웠다. 이들은 환경보호의 필요성, 로마의 역사와 기술 등을 강조하는 발표를 진행했으나 단조로운 영상, 구체성이 다소 부족한 주제 설명 등에서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우디는 글로벌 투자사 CEO, 개최 도시 대표 등을 내세워 장애를 딛고 성공한 연사 개인 사연, 2030 엑스포 주제 설명 등으로 사우디의 매력을 다각도로 보여주려 애썼다. 1차 PT에서 연사 1명으로 발표를 이어간 사우디는 이번엔 화려하게 구성한 영상 등을 준비했다.

PT 마무리 후 박형준 부산시장은 “우리가 엑스포를 통해 어떤 희망을 가져다줄지 다른 나라들보다 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 같다. 경쟁국들 발표 역시 좋았지만 한국과 부산이 가장 구체적인 내용으로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파리=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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