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정치 매몰·정책 실종… “지방 없는 지방 선거였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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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단체 ‘6·1 지선 진단 좌담회“

지속가능공동체포럼·부산경실련·부산YMCA는 21일 오후 부산YMCA 백민홀에서 ‘6·1 부산 지방선거 진단과 전망 좌담회’를 진행했다. 부산경실련 제공 지속가능공동체포럼·부산경실련·부산YMCA는 21일 오후 부산YMCA 백민홀에서 ‘6·1 부산 지방선거 진단과 전망 좌담회’를 진행했다. 부산경실련 제공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6·1 부산 지방선거가 대선 여파와 정책 대결 실종으로 지방선거의 특색을 살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거대 양당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부산의 낮은 투표율로 이어졌다며, 정치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공동체포럼·부산경실련·부산YMCA는 지난 21일 오후 부산YMCA 백민홀에서 ‘6·1 부산 지방선거 진단과 전망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담회는 앞서 〈부산일보〉, 부산경실련, 부산YMCA가 지난 4~9일 부산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6·1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부산일보 6월 13일 자 6면 보도)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당시 학계, 시민단체, 보건복지계, 경제·금융계 등 137명이 민선 8기 시정방향, 부산시장 후보 공약, 민선 7기 단체장에 대해 평가했다.


대선 등 영향 받아 ‘싹쓸이 득표’ 재현

거대 양당 불신으로 투표율 극히 저조

기초의원 정당 배제 등 대안 제시

구청장·시의원 일당 독점 우려도


토론자들은 이번 선거도 과거처럼 소위 ‘바람 선거’였다며, 지방정치의 중앙 매몰화가 우려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오문범 부산YMCA 사무총장은 “4년 전에는 탄핵 정국, 이번엔 두 달 전 대선 영향을 받아 ‘싹쓸이 득표’ 현상이 반복됐고, 사실 우리나라 선거 흐름을 봤을 때 이 같은 ‘바람 선거’가 아니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면서 “지방선거가 주민 목소리와 지역 발전 방향을 표출하지 못하고 여전히 중앙정치의 그늘에 가려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섰던 신라대 초의수 교수는 “우리나라 정치가 사실은 중앙당 국회의원들에게 지방의원들이 굉장히 예속적이고, 심하게 보면 갑을의 관계”라면서 “영국은 지방의원들이 하원보다 힘이 세고 입법 등에서 정치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데, 우리는 중앙과 지방의 힘의 불균형이 심하다”고 평가했다.

토론자들은 49.1%라는 부산의 낮은 투표율도 결국 바람 선거의 연장선상으로 봤다. 특히 대선 여파, 정권 심판론 등에 따라 민주당 지지 세력의 투표 불참의 영향이 컸다고 입 모았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결국은 거대 양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이런 부분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겠나”라면서 “또 정책들이 실종된, 지방이 없는 지방선거였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았던 김해몽 부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은 “낮은 투표율은 결국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그런 선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회에서는 정책 선거 회복, 지방정치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기초의원 정당 배제, 선관위 역할 제고, 주민자치회 활성화 등이 제시됐다. 도 사무처장은 “선관위가 선거 관리·감시 역할에 집중하지만 주민 알권리를 확보하고 정책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더 다양한 기획 홍보활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또 정치 개혁을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큰 역할이 없었던 여야 시당도 앞으로는 인재 발굴·양성, 정책 대안 제시 등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사무총장은 “직접 선거를 하는 주민자치회 차원에서 선거 등 민주 시민 교육이 꾸준히 진행돼야 하고, 또 주민 활동하던 사람이 구의회, 시의회로 진출하는 식으로 지역일꾼을 만들어낼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부산 구청장·시의원의 일당 독점 체제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다. 도 사무처장은 “시의회만 보더라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대다수이고 구의원직을 수행했더라도 초선이 많아 상대적으로 행정 감시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지역 시민사회나 언론의 역할이 큰데, 박형준 시장이 이런 상황을 알고 여러 지역사회 집단과 소통하는 행정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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