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첫 단추 끼운 9대 부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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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정치부 차장

다음 달 초 개원하는 제9대 부산시의회가 일찌감치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구성을 마무리했다. 전체 47명의 시의원 당선인 중 45명을 차지한 국민의힘은 최근 당선인 총회를 갖고 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구성을 합의했다. 출범하는 시의회마다 반복되던 자리싸움 없이 역대 가장 순탄하게 원 구성에 합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의장 두 자리를 두고 세 명이 경합했을 뿐, 의장과 각 상임위원장, 원내대표 선출은 상호 조율과 양보를 통해 무리 없이 합의했다.

이번 시의원 선거에서 4선 1명, 3선 2명, 재선 9명이 당선됐다. 각종 의회의 선수(選數) 우선 중심 분위기를 감안하면 ‘순리대로’ 의장단 구성을 할 수 있는 황금 분할 구도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별 잡음 없이 원 구성을 합의한 이유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국민의힘이 줄곧 장악한 1~7대 시의회와 초선 중심의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었던 8대 시의회에서도 줄곧 파벌 싸움과 줄 세우기, 상호 비방 등 파열음이 터져 나오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8대 왕성한 개인 의정활동 역대 최고 평가 불구
자리싸움 갑질 등 구태 반복, 전체 평가 아쉬워
9대 시의회 원만한 의장단 등 선출에 기대감
입법 활동과 집행부 견제 엄중한 역할 해내야

의장단 선출 과정에 불협화음이 최소화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완승 때문이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에 몰표를 줬던 지역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부산 정치 지형을 다시 확고한 보수 우위로 바꿔 놓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오히려 위기감을 나타냈다. 국민의힘 재선 이상 시의원 대다수가 “민심이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재선 시의원 당선인은 “4년 전 민주당 바람에 우리 당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예상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압승을 거뒀다”며 “우리가 잘못하면 또 언제든 민심이 철퇴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고 했다. 또 다른 시의원 당선인도 “우리가 잘해서 당선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2년 후 총선과 4년 후 지선을 생각하면 개인 욕심을 내기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반기 의장으로 내정된 안성민 시의원 당선인은 “시의원 대부분이 엄중한 시기라는 점을 공감해 자리에 대한 욕심보다는 원팀으로 시의회를 잘 꾸려가 시민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큰 탈 없이 원 구성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개인의 기량이 어느 정도 발휘되는 총선과는 달리 부산지역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선거는 절대적으로 바람이 좌우한다는 것을 시의원 대부분이 체감한 것이다. 개인이 아무리 잘나도 각 당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인지도가 높고 평판이 좋던 몇몇 민주당의 구청장은 물론 시의원도 민주당에 부정적인 지역 여론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민주당 초선 중심의 8대 시의회는 역대 어느 시의회보다 활발히 의정활동을 펼쳤다. 지난 4년 동안 조례·규칙 발의는 모두 618건으로 7대 시의회 때보다 57%나 늘었다. 전국 최초로 제정한 조례만 44건에 달했고 굵직한 사안에 대한 입법도 적극적이었다. 또 최근 전국 14개 광역의회 의장을 가덕신공항 지지선언에 동참시켰고, 장기 표류사업도 부산시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세웠다. 8대 시의회는 개개인의 활동만 보면 역대 최고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전반적인 8대 부산시의회 평가는 후하지 않다. 해묵은 자리싸움이 초선 중심의 시의회에서도 반복돼 참신한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이미지를 심었다. 무엇보다 불미스러운 일로 낙마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퇴 과정에서도 민주당 시의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일부 의원들의 비리, 갑질 의혹, 성추행 혐의와 임기 만료 시점의 국내 연수, 지원금 소진 등도 구태라는 지적을 받았다. 개인의 왕성한 의정활동과는 별개로 시의회 전체로 보면 유권자들에게 ‘바꿔도 다를 게 없구나’란 인식을 심어준 셈이다.

다시 공은 국민의힘에게 돌아갔다. 중앙 정치가 여전히 유권자 판단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산시정과 함께 시의회 활동도 유권자들의 주요한 판단 대목이다. 의장단 구성을 무리 없이 이끌며 첫 단추를 잘 끼운 9대 시의회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무엇보다 일당 독점으로 시정 견제와 균형이 과연 제대로 작동할지 민주당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예의주시한다. 8대 시의회의 활발한 의정활동 지표는 각종 권한이 강화돼 책임이 한층 무거워진 9대 시의회의 기준점이 될 테다.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올해 대선·지선까지 연이은 압승은 여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엄중히 처신하지 않으면 2년 뒤 또는 4년 뒤 민주당의 시간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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