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국 신설 공식화, 권력기관 힘겨루기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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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과 소속 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 및 인사 절차의 투명화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27일 밝혔다. 비대해진 경찰을 통제하기 위한 이른바 ‘경찰국’ 신설을 처음 공식 발표한 것이다. 내달 15일까지 최종안을 마련하고, 관련 규정도 도입하겠다는 로드맵까지 함께 내놨다. 그러자 당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사의를 표명했다. 일선 경찰들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찰국 신설 방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검찰에 이어 권력기관인 경찰 통제를 놓고 또 극심한 갈등 양상이다. 지난번 ‘검수완박’과 같은 혼란상 재연에 국민만 혼란스럽다.

정부 27일 발표, 경찰청장 사의 표명
‘검수완박’ 사태 이어 또 극심한 갈등

이 장관의 이날 발표는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른 것으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이 장관은 “행안부는 경찰청의 업무가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며 “이를 위한 조직을 두는 것은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을 통해 ‘공룡 경찰’을 견제하고, 경찰대 출신의 내부 고위직 독점 구조 타파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통제 강화 여론이 제기됐던 점을 고려하면 어떤 방식이든 새로운 견제 장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처럼 국가기관 간 힘겨루기 양상을 띠는 것은 보기가 참 거북하다.

행안부 장관의 발표에 김창룡 경찰청장이 즉각 사의 표명 형식으로 맞대응한 모양새는 국민들 눈에는 권력기관 간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 청장은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은 경찰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폭넓은 의견 수렴과 심도 있는 검토·논의가 필요하다”며 행안부 발표를 분명하게 꼬집었다. 김 청장의 사의 표명이 경찰 내부의 점증하는 비판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행안부 발표에 대한 반발이 결정적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정권 교체 초기임을 감안해도 핵심 권력기관의 수장이 이런 방식으로 사임하는 것은 국민은 물론 조직 자체의 안정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경찰국 신설을 놓고 권력기관 내부 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현 정부와 경찰 모두에 이롭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는 임기 초인데도 벌써 부정 지지율이 긍정 지지율을 앞섰다. 여기에 표현된 민심을 잘 봐야 한다. 윤 정부는 경찰 통제의 당위성만큼 반대 여론도 충분히 경청하고 수렴할 필요가 있다. 예전 ‘정권의 시녀’ 소리를 들었던 경찰의 흑역사를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경찰도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집단행동보다 내부 자정과 인권개선 방안으로 국민 신뢰 구축에 더 힘써야 한다. 국가기관은 공무원이 자기 권력을 과시하는 곳이 아니다. 행안부와 경찰 모두 국가기관의 존재 이유를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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