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냉전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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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 한국유럽학회 전 회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신냉전을 상징한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장기화하고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 군의 저항이 예상과 달리 강한 결의에 차 있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도 적극적 자세로 돌변했다. 그러나 장기적 인플레이션을 맞게 되면서 서방 세계의 분열 조짐마저 보이는 실정이다.

나토의 확장은 개별 당사국과의 협정을 맺음으로써 이루어진 결과다. 러시아 안보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원천적으로 없었다. 러시아는 미국이 복원하려는 자유민주주의 질서가 동유럽에 깊게 침투해 있으므로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여기에 찾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지역에서 두 가치가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결국 세계는 자유민주주의 질서 대 권위주의 질서 간 대립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신냉전이 시작됐음을 실감할 수 있다. 중국·러시아 중심의 세력과 블릭스 세력의 규합 그리고 미국·유럽연합과 인도-태평양 세력으로 재편하는 과정에 있다. 동시에 스웨덴과 핀란드가 유럽연합 후보 회원 자격을 받게 됨에 따라 전통적 중립국의 지위를 버리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다. 이들 국가는 오랫동안 러시아의 안보를 지키는데 일종의 완충적 역할을 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한편 동남아 지역이 어느 세력권으로 편입될지도 관찰의 대상이다.

이런 혼동의 시기에 북한은 핵 무력과 미사일을 더욱 현대화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려는 자세를 한층 가다듬고 있다. 한국과 어떠한 협상을 할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7차 핵실험을 저울질하고 있다. 혼돈의 시기를 이용해 최대한 위협이 될 수 있도록 실험하려고 한다. 중·러와 안보조약을 체결한 북한은 양 파트너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삼아, 핵실험을 해도 아무런 제재나 위협은 없을 것으로 판단해 도전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은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외교부 장관 회담을 하면서 제재와 대화의 길을 열어놓았다. 미국 국무부 장관 블링컨은 대북 압박을 언급할 때마다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입장을 강조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마쳤고, 정치적 결단만 남겨두고 있다”며 “핵실험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킬지, 옳은 판단으로 대화와 외교에 복귀할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한다면 우리는 핵이 수반된 확장억제력을 보이는 방법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지지하는 협력국들과 세컨드 보이콧을 강구하는 등 강경한 외교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외교적 조치를 하면서 협상의 문을 열어놓는 것도 필요하다.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렸다. 나토 정상회담에 한국과 일본이 참여한 점은 새로운 국제질서가 태동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이른바 대서양과 인도-태평양을 연결하는 확대 안보 구상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의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이번 나토 정상회담은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재수립해 자유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앞으로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와의 대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렇게 예측하기 어려워진 국제 질서에서 우리나라는 독자적 대응 태세를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 계속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독자적 핵무장은 자주적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이다. 즉 핵은 핵으로만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무장을 한다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은 우리나라 안보에 매우 중요한 자산이며, 신냉전에 대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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