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시절의 기억을 옮긴 ‘색면 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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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절에 대한 기억.

조부경 작가 개인전 ‘해피니스(HAPPINESS)’가 9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갤러리이듬에서 열리고 있다. ‘색면 추상’으로 해석되는 조 작가의 작업은 구상에서 출발한다. 단독주택에서 볼 수 있는 계단이나 모퉁이, 베란다 기둥 등이 그의 그림 속에 숨어 있다.

“코로나19로 2~3년간 힘든 시간을 보내며 ‘내가 왜 이런 걸 그릴까’를 오래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자신이 ‘가장 좋았던 때’를 그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작가는 열세 살에서 스무 살 정도까지 자신이 살던 단독주택 마루나 소파에 앉아 밖을 내다보던 시간을 이야기했다.

조부경 작가 개인전 ‘해피니스’
9일까지 해운대 갤러리이듬
계단·모퉁이를 색으로 추상화

작가는 조용히 혼자 앉아 집안의 풍경을 관찰하기를 좋아했던 아이였다. “햇살이 반짝이고, 햇빛이 조금씩 바뀌고, 집 안에 드는 그림자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무 근심·걱정이 없었어요. 제 그림은 그렇게 제일 행복한 시절에 대한 기억을 그림으로 옮긴 것이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조 작가의 작품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색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는 여러 색의 물감을 쌓은 것이다. 물감을 바르고 마를 때까지 닦아 내는데 붓의 굵기, 닦아내는 횟수와 닦아 내는 힘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색으로 보이지만 작품에 다가가면 조금씩 다르게 변주된 색이 보인다.

2년 전 금정구 예술지구P에서 가진 개인전 때보다 작품의 색깔이 많이 밝아졌다는 지적에 대해 조 작가는 ‘욕심을 내려둔 결과’라고 했다. “욕심을 내니 색깔이 자꾸 강해지더라고요. 이번에는 욕심을 내려두고 그냥 풀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연하고 따뜻한 중간색.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색은 예전에 자신이 주로 쓰던 색이라고 했다. “색을 칠하는 것을 그만둘 때, 멈출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물을 많이 써서 물감을 묽게 하니 아래쪽에 발린 색들도 더 잘 올라왔어요.” 과거에는 균등한 색상으로 작품을 마무리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강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덮는 작업’을 덜어 내려 했다는 것이다. “제 의도대로가 아니라 그냥 놓아두는 것, (작업을 시작할 때의 느낌을) 살려두는 방향으로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051-743-0059.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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