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바다를 만나니, 산에서 마음을 비우니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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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 연 하동 여행 명소 1박 2일
금오산 케이블카와 편백자연휴양림
보물 같은 바다와 원시림 같은 숲속

경남 하동이라고 하면 평사리 최참판 댁, 화개장터, 청학동, 쌍계사, 청학동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최근 하동에는 새로운 여행 명소가 많이 생겨났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케이블카와 푸른 숲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편백휴양림도 그 중 하나다. 하동의 새 명소에서 1박2일 여행을 즐겼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상쾌해지고 맑아지는 산뜻한 일정이었다.


하동편백자연휴양림 숙소 오두막. 하동편백자연휴양림 숙소 오두막.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

공기가 이렇게 맑은 날은 여러 해 만에 처음이었다. 먼 산의 나무에 달린 잎의 색까지 제대로 보일 정도였다. 전망이 좋은 사진을 제대로 담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안고 하동으로 달렸다.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는 금오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 4월에 문을 열었으니 이제 겨우 두 달 정도 된 곳이다. 그런데도 이곳을 찾는 손님은 적지 않았다. 개인 여행객은 물론 버스를 대절해서 달려온 단체 관광객이 계속 이어졌다.

케이블카를 타고 금오산 정상으로 향한 지 불과 30초.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파란 남해에 펼쳐진 섬과 한적한 어촌마을 그리고 갓 모내기를 끝낸 녹색의 논이 어우러져 보물 같은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 전경.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 전경.

기대했던 대로 공기가 정말 맑아 바다 멀리까지 하늘은 개어 있었다. 수평선 위로 유유히 흘러가는 하얀 구름은 어디가 바다의 끝인지 어디가 하늘의 시작인지 구분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하부 승차장에서 해발 849m 금오산 정상까지 케이블카 운행 거리는 2556m다. 케이블카 객차에 몸을 싣고 상부 승차장에 내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정도다. 객차는 두 가지 종류다. 바닥이 막힌 객차와 뚫린 크리스탈 캐빈이다. 물론 바닥이 뚫린 객차에 타면 더 스릴 있는 모험을 즐길 수 있다.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하동 어촌과 남해.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하동 어촌과 남해.

아쉬운 점은 이날 금오산 정상에 짙은 구름이 덮여 전망대에서 남해를 조망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산 중턱까지는 구름이 없어 맑고 시야가 트였지만 하필 정상에서만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케이블카 객차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본 전망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 전경. 하동 플라이웨이 케이블카 전경.

■하동편백자연휴양림

숙소로 이동하기에 앞서 하동읍내로 들어갔다. 저녁거리로 이용할 하동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하동 하나로마트에서 산 물건은 하동산 블루베리와 체리 그리고 쌀 등이었다.

편백휴양림으로 가는 시골마을 길은 으늑하고 안온했다. 오가는 자동차도 많이 없어 운전에 크게 부담을 느낄 일도 없었다.

입구 사무실에서 받아든 열쇠를 들고 오두막에 도착한 뒤 테라스 문을 열었다. 하동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경치가 눈앞에 펼쳐졌다. 온통 푸른 숲으로 우거진 산, 그 산 너머에 또 산, 그리고 그 산 너머에 또 산이었다. 이어진 산의 행렬을 끝낸 건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었다.


하동편백자연휴양림 전경. 하동편백자연휴양림 전경.

숙소 바로 앞은 편백나무 숲이었다. 수령이 50년 가까이 되는 편백나무는 5~10m 높이로 하늘높이 울창하게 뻗어 있었다. 나무가 얼마나 크고 촘촘하게 자라는지 숲 안으로는 햇빛이 전혀 침투하지 못했다.

짐을 내려놓고 테라스의 식탁 의자에 앉아 멍하니 숲과 먼 산을 바라봤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뻐꾸기는 물론 온갖 새는 다양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맑은 공기는 상큼한 편백나무 향을 싣고 숙소 주변을 돌아다녔다. 얼마나 그렇게 앉아 있었을까. 순식간에 정신이 상쾌해지고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래서 편백나무휴양림에 오는 모양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동 편백자연휴양림은 하동 출신의 재일교포 사업가 고 김용지 씨 덕분에 탄생했다. 그는 한국전쟁 탓에 헐벗은 고향의 산을 보고 안타까워하다 1976년부터 편백나무 20만 그루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 하동군은 편백나무 숲을 개발해 2020년 자연휴양림을 개장했다.


하동편백자연휴양림에 설치된 천국의 계단. 하동편백자연휴양림에 설치된 천국의 계단.

‘멍 때리기’를 끝낸 뒤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 산책에 나섰다. 이곳에는 세 개의 숲길 산책코스가 있다. 1코스 상상의 길(2.7km), 2코스 마음소리 길(1.5km), 2코스 힐링 길(1.7km)다. 세 코스 모두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여서 산책하기에 적당하다.

세 코스 중에서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2코스와 3코스를 걷기로 했다. 편백나무숲 속은 그야말로 원시림 같은 분위기였다. 잘 닦인 오솔길 주변은 온통 편백나무뿐이었다. 은근한 피톤치드 향이 낮게 깔려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모기도 없어 물릴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1시간가량 시원하게 걷고 나니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무려 34도였다.


하동편백자연휴양림 산책길. 하동편백자연휴양림 산책길.

하동 편백자연휴양림에 온 두 번째 목적은 별이었다. 이곳은 숙박시설을 제외하면 주변에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날씨만 좋다면 새벽에 하늘을 수놓은 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새벽 2시에 울린 휴대폰 알람 덕분에 눈을 뜰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인근 오두막에는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오두막으로 올라오는 아스팔트 도로에 등을 대고 드러누웠다. 역시! 기대대로였다. 하늘에는 별이 쏟아질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9년 전 지리산 경남청소년수련원 마당에 드러누워 본 별만큼이나 아름답고 풍성한 별이었다. 문득 어릴 때 고향에서 새벽에 보던 별 생각이 떠올랐다. 별을 다 세면 얼마나 될까라며 엉뚱한 상상을 하던 추억도 떠올랐다. 삭막한 도시에서 사는 현대인에게 별은 추억이고 고향이고 힐링이었다.


하동편백자연휴양림에서 바라본 인근 산의 풍경. 하동편백자연휴양림에서 바라본 인근 산의 풍경.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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