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심정지 발생 예측’ 중환자 생존율 높인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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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병원 신속대응팀 이동현 팀장(사진 가운데)이 중환자실을 회진하며 환자의 치료방향을 의논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동아대병원 신속대응팀 이동현 팀장(사진 가운데)이 중환자실을 회진하며 환자의 치료방향을 의논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항암치료를 받고 있던 70대 초반의 요관암 환자가 폐렴으로 일반 병실에 입원했다. 대개 폐렴은 항생제를 사용하는 약물치료가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약물치료를 하더라도 나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입원 첫날밤 특별한 문제가 없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했던 이 환자에게 이상징후가 감지됐다.

AI(인공지능) 심정지 예측 프로그램인 ‘딥카스’(DeepCars)에서 고위험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진들이 출동해 환자를 살펴봤지만 큰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다음날 새벽 3시, 7시에 두차례 알람이 다시 뜨면서 환자의 상태가 눈에 띄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긴급히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작하고 중환자실로 환자를 옮겨 집중치료를 이어갔다. 이전에 울렸던 여러 번의 알람으로 의료진들은 환자를 예의주시하면서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기에 빠른 대응이 가능했고 환자는 정상을 회복했다.


병원 내 ‘119 신속 대응팀’

‘딥카스’로 입원 환자 관리

혈압·맥박 등 실시간 모니터링

위독 환자 조기 발견 효율 높아

동아대병원, 부산 첫 운용


■입원병동 5분 대기조 ‘신속대응팀’ 가동

병원 밖의 응급환자는 119를 통해 긴급 후송하는 것처럼 병원 내의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5분 대기조 역할을 하는 것이 신속대응팀이다. 일반병동 입원환자 중 증상이 급격하게 악화되거나 예기치 못한 심정지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환자가 대상이다.

신속대응팀은 중환자 진료와 간호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다. 이들은 별도의 사무실에서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전체 병동 환자를 일일이 지켜볼 수 없는 바쁜 일선 의료진을 대신해 입원 병동 환자의 이상징후를 실시간 체크해 주는 것이다.

국내에서 신속대응팀은 2008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처음 설립됐다. 지역에서는 2014년 충남대병원과 울산대병원이 운용했으며 부산에서는 동아대병원이 2017년 3월에 최초로 신속대응팀을 발족했다.

■24시간 심정지 예측 프로그램 ‘딥카스’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 비해 일반 병동에서는 환자의 증상 악화나 심정지 위험을 빨리 인지하기가 어렵다. 많은 환자를 관리해야 하고 중환자실만큼 모니터링이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일반병동의 경우 24시간 내내 입원 환자를 감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기에 고위험 환자를 발굴해서 적절한 치료를 해주어야 하는데 그래서 등장한 것이 ‘딥카스’ 심정지 예측 시스템이다.

딥카스는 환자의 혈압(이완기, 수축기), 맥박, 호흡, 체온 등 5가지 활력징후를 기반으로 향후 24시간 내 심정지 위험 예측정보를 제공한다. 위험 정보가 뜨면 환자를 중환자실로 이동시켜 적절한 조치를 돕는 AI 솔루션이다.

환자에게 발생하는 여러가지 이상징후 중에서도 심정지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환자의 생존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심정지이기 때문이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면 생존율이 20% 수준에 불과하지만 심정지가 발생하기 전에 이상징후를 발견하면 생존율은 80% 수준으로 올라간다. 심정지가 오면 CPR(심폐소생술)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사망하거나 생존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딥카스 등장 이전에도 비슷한 알람 프로그램이 있었다. 문제는 거짓 알람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한정된 의료진이 환자를 실제로 가서 살펴봐야 하는데 오류로 인한 헛걸음으로 다른 위독한 환자를 놓치게 된다. 정확한 예고 시스템은 그래서 중요하다.

신속대응팀에서도 처음에는 ‘의료진도 활력징후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데, AI라고 뭐가 다를까’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써보니 생각보다 효율적이었다. 3시간 짜리 업무가 1시간 정도로 줄었다.

동아대병원 신속대응팀 이동현(중환자의학과) 팀장은 “적은 인력으로 병원 전체 환자를 폭넓게 볼 수 있어 효율성과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데이터가 축적되면 병원 전체의 치료성적과 환자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심정지 발생 예측 2배 높아져

동아대병원은 지난해 11월에 딥카스의 효용성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에 참여했다. 국내 최초로 진행된 전향적 연구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 연구였다. 동아대병원 외에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인하대학교병원 등이 함께 참여했다.

이동현 팀장은 “딥카스 시스템은 기존 감시체계에 비해 고위험 환자 발굴 효율이 약 3배 이상 높았으며, 심정지 발생률 예측도 약 2배 높았다. 딥카스를 운용한 7개월 동안 고위험 사례를 놓친 적이 없어 환자 사망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신속대응팀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장 의료진들이 미처 체크하지 못한 고위험 환자를 조기에 찾아준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알람을 활용해 환자가 악화되기 전에 여러번 알람을 띄워줌으로써 사전에 의료진이 대비하게 해준다.

딥카스 도입 초기에는 의사 간에 ‘자기 환자’라는 개념 때문에 미묘한 영역다툼도 있었다. 하지만 고위험 환자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병원 전체로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됐다. 향후에는 병원 차원에서 입원 환자의 특성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추가 개발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안희배 병원장은 “부울경 지역 최초로 고위험 환자 예측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해 중환자 치료성적이 크게 향상됐다. 향후에도 신의료기술, 재생의료, 정밀의료 등 신산업분야에 대한 연구를 적극 지원해 지역주민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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