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끼리 서로 힘들게 해”… ‘노노 갈등’ 번진 대우조선 파업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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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노조 장기 점거 농성 맞불
직영 생산·사무직 직원 4000명
파업 중단 요구하며 집단행동
민노총은 지지 집회… 장기화 우려

대우조선해양 생산, 사무직 직원 4,000여 명은 8일 오후 민주광장에 모여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 생산, 사무직 직원 4,000여 명은 8일 오후 민주광장에 모여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으로부터 대우조선을 살립시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노조 파업이 ‘노노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조합원의 현장 무단 점거로 인해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된 또 다른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 생산, 사무직 직원 4,000여 명은 8일 오후 민주광장에 모여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모두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원청노조) 소속 조합원이다.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는 “잔업과 특근으로 임금구조가 맞춰져 있는데 이걸 못하면 직원들이 어려워진다. 노·사의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계속되다 보니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많고 내부 구성원들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참가자들은 ‘도를 넘은 불법파업 즉시 중단하라’, ‘우리도 조합원이다! 우리도 살고 싶다!’, ‘하청지회 불법 점거에 대우조선 구성원만 죽어간다’ 등의 펼침막과 함께 구호를 외치며 하청지회를 압박했다.

같은 시간 반대편에선 파업을 지지하는 맞불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조합원 3500여 명은 대우조선해양 남문에 집결해 서문까지 1.2km 구간을 행진하며 하청지회 파업을 지지했다.

이들은 ‘산업은행이 책임지고 대우조선이 해결하라’, ‘정부는 조선산업 근본 대책 마련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대우조선과 대주주인 산업은행 책임을 촉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하청지회 파업은)조선업 불황을 이유로 30%나 삭감된 임금을 되찾기 위한 투쟁”이라며 “차별 없는 노동권과 질 좋은 일자리를 쟁취하기 위한 민주노총 투쟁의 최전선이 바로 이곳”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거리는 약 70m에 불과했지만, 사측이 준비한 2m 이상 높이 철제 가림막이 공간을 완전히 분리해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대우조선해양 생산, 사무직 직원 4,000여 명은 8일 오후 민주광장에 모여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 생산, 사무직 직원 4,000여 명은 8일 오후 민주광장에 모여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한편, 하청지회에는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 22곳 노동자 400여 명이 노조원으로 가입돼 있다.

1월부터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지급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지급 등을 요구하며 소속사와 개별 교섭을 벌였지만 결렬됐고, 지난달 2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같은 달 21일부터 노동자 6명이 1번 독에서 건조 중인 30만t급 초대형원유운반선 탱크톱(원유 저장 시설) 난간에 올라 ‘끝장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다른 노동자 1명은 탱크톱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직접 만든 철 구조물에 들어가 ‘옥쇄파업’ 중이다.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임금 안에 대해 하청지회는 ‘인상이 아닌 정상화’라고 주장한다.

하청지회 관계자는 “불황을 핑계로 깎인 임금을 원상 복구하는 것이다. 지난 5년간 감내한 고통을 생각하면 결코 거창한 요구가 아니다. 생존 임금”이라고 항변했다.

반면 사측은 비현실적인 요구이자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현재 하청 노동자 98%가 적게는 5%에서 많게는 7.2%의 임금 인상에 대한 근로계약을 마쳤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생산, 사무직 직원 4,000여 명은 8일 오후 민주광장에 모여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 생산, 사무직 직원 4,000여 명은 8일 오후 민주광장에 모여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11월 인도를 앞둔 선박 진수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진수는 완성된 선체를 바다에 띄우는 작업이다.

진수가 하루 늦어지면 매출 260억 원, 고정비 6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8일 기준 추정 손실만 4000억 원 이상이다.

여기에 인도 일정을 지키지 못하면 선주사에 지체 보상금까지 물어야 한다.

게다가 선·후행 공정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건조 작업 특성상 파업이 장기화하면 나머지 작업장 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피해는 조 단위로 불어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일단 초과근로(O/T)·특근 조정, 야간작업 중단 등 생산 일정을 조정해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또 필요시 주간 근무 시간도 단축하고, 최악의 경우 직장 폐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이사 사장(가운데)과 현장 관리자, 협력사 대표들이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노조의 불법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부산일보DB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이사 사장(가운데)과 현장 관리자, 협력사 대표들이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노조의 불법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부산일보DB

전날 기자회견을 자청한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수주 회복으로 오랫동안 짓눌러왔던 생산물량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경영 정상화의 희망을 품었지만,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이런 기대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대로는 10만여 노동자의 생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면서 “전체 구성원의 절박한 심정을 담아 간곡히 부탁드린다. 하루속히 작업장에 복귀해 대화를 통해 슬기롭게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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