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누구… ‘우경화’ 주도 최장수 총리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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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아베 전 총리가 욱일기 앞에서 자위대 대원들을 사열하는 모습. 부산일보DB 2018년 10월 아베 전 총리가 욱일기 앞에서 자위대 대원들을 사열하는 모습. 부산일보DB

8일 선거 유세 도중 전직 자위대원의 총격에 숨진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일본 우익을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최연소 총리로 일본 제90대 총리가 됐고 이후 96~98대 총리를 더 지내며, 8년 9개월가량을 재임했다. 역대 최장수 총리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친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국회의원을 지내 3대가 국회의원을 했으며, 외할아버지는 1955년 자민당 창당을 주도하며 2차 대전 직후 일본 정치를 이끈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다.


일본 우익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

총리 재임 시 ‘한·일 갈등’ 최악

경기 부양책 ‘아베노믹스’ 도입


세이케이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고베제강에서 잠시 근무하던 아베 전 총리는 1982년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 외무상의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1년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2년 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야마구치현의 중의원 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2002년 고이즈미 총리를 수행해 방북, 일본인 납북 피해자들의 귀국과 관련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6년 9월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면서 제90대 일본 총리가 됐다. 역대 최연소(52세) 총리였다.

하지만 취임 이후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등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했고, 스스로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임했다.

절치부심한 아베는 5년 만인 2012년 9월 다시 자민당 총재에 올랐다. 이후 2020년 8월 사임할 때까지, 7년 8개월간 장기집권하며 일본 우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당시 “일본을 되찾겠다”는 구호 아래 일본 사회 개혁에 나섰다. 이 때 도입한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아베노믹스’라 일컫는다.

외조부인 기시 전 총리의 영향을 크게 받아 재임 기간 내내 자위대(군대) 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기 위한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2015년에는 해외에 자위대를 파견해 전쟁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집단적 자위권’ 개정에도 성공했다. 또 일본의 ‘자학사관’이 문제라고 보고, 일본의 전쟁 과오를 인정하는 내용이 교과 내용에 포함되지 않도록 수정하는 데 주력했다. 이 때문에 아베가 일본 사회를 우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아베의 2차 집권기 후반은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

아베 전 총리는 2017년 모리토모학원에 국유지를 팔아넘기려 했다는 의혹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지지율이 20%대로까지 떨어졌고, 결국 2020년 8월 궤장성 대장염 재발을 이유로 사임했다. 아베 전 총리는 그러나 퇴임 이후로도 자민당 내 최고 파벌인 아베파의 수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사실상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의 ‘상왕’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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