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양문화 활성화와 해양교통 다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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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승 홍익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부산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해양 중심 도시이다. 해양수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해양과학 기술의 메카이며, 세계 최초의 지속가능한 해양도시 건설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한 울산, 경남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플랜트 기술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바다를 향한 부산의 원대한 포부와 계획은 앞으로 20년 이내 세계적인 해양산업 메카로 발돋움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과 함께 가덕신공항이 제대로 그 기능을 갖추게 된다면 부산의 해양 미래는 육·해·공이 연결된 그야말로 3차원 공간의 독보적인 모습으로 구현될 것이다.


해양도시 매력 높일 교통수단 확충

바다 쉽게 즐기는 환경 조성해야

부산이기에 도전해 봐야 할 과제


인프라를 갖추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데 우리나라만큼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나라가 있을까? 세종시는 거대한 도시 건설을 계획하고 인구 40만 명의 행정수도가 되기까지 채 10여 년이 걸리지 않았다. 바다 위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일에도 우리는 매우 잘 해낼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는 믿음직한 사례이다.

수상에 도시가 세워지고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인프라를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는 ‘물 위를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하고 촘촘한 이동 수단’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육상을 편리하게 오가는 다양한 이동 수단처럼 바다 위에서도 여러 형태의 개인형 이동 수단부터 친환경 자율 운항선과 같은 스마트 모빌리티 수단을 통해 언제든지 필요할 때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속도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연안여객선, 유도선과 같은 개념뿐만 아니라 초고속의 해상택시, 도심 항공교통 등은 섬과 해안 등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지역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개념의 미래 교통수단이다. 이로 인해 더욱 활력을 찾게 될 숨겨진 해양 공간들은 해양도시의 매력을 한 차원 높여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육상의 교통과 비교해 볼 때 해양교통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자동차가 보통 ‘이동’을 목적으로 이용된다면, 수상 이동의 수단인 배는 본연의 이동과 화물 운송 목적 외에도 요트나 보트 등에서 보듯 순수한 레저용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속도와 기능을 먼저 앞세우는 육상교통과 견주어 볼 때 해상교통은 배를 타고 주위를 둘러보고 바람을 가르는 것만으로 힐링과 짜릿한 모험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게 해 준다. 해상 이동 자체가 레저이면서 휴양의 측면도 강하게 띠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해상교통을 통해 사람들이 찾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넘쳐난다. 국토의 삼면이 바다인데다 서해안과 남해안은 비교적 수심이 낮고 만과 섬이 다양하게 어우러진 이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이어서 섬과 섬 사이를 오가는 호핑투어를 하기에 최적이다. 호핑투어는 섬과 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바다와 섬에서 다양한 개인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으로, 최근 동남아 일대 휴양 관광지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섬들도 각각의 특성과 매력을 계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9년부터 전국 항·포구와 어촌마을 중 300곳을 지정하여 어촌의 필수기반 시설을 현대화하고, 어촌의 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개발 사업을 추진해 온 ‘어촌뉴딜 300’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어촌 어항도 계류장이나 선착장 같은 필수 인프라를 속속 갖추고 있다. 어촌 해상교통 인프라가 많이 개선되어 어촌의 접근성과 정주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해상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인프라는 다양한 수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기존 항만 외에 마리나를 건설하여 다양한 레저 선박들이 휴게소처럼 드나들며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제주가 걷는 사람을 위한 올레길을 만들었던 것처럼 바다에서 개인 이동 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수로와 휴게시설인 마리나항을 조성해야 한다.

산업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많이 참여하는 곳에서 더욱 발전하게 된다. 해양 강국의 뿌리는 바다를 즐기고 탐험하며 한껏 향유하는 사람들로 인해 튼튼해진다. 해양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접근이 안전하고 쉬워야 하고,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관광 분야로 확장되어야 한다. 해양 산업이 국민 생활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육상과 연계한 큰 체계 속에서 계획되고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문 앞이 바로 바다인 부산이 선도적으로 다양한 해양 교통수단의 대중화를 이루어 간다면 대한민국의 해양 활성화도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지하철 티켓으로 도심에서 일을 보고 배로 환승하는 해상 교통의 연계와 확장, 부산이라면, 아니 부산이기에 도전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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