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찾아온 달러 초강세… 세계 곳곳 경제 불안에 ‘아우성’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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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로 돈 빌린 국가·기업 위기

14일 일본 도쿄의 한 외환중개업체 사무실의 전광 시세판에 달러당 138엔대로 올라선 엔-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일본 도쿄의 한 외환중개업체 사무실의 전광 시세판에 달러당 138엔대로 올라선 엔-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달러 가치가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이 치솟으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과 통상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기축통화의 가치가 급변하면서 전반적 경제 여건이 뒤틀리는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주요 6개 통화와 비교해 달러 가치를 산출하는 달러인덱스는 108.06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108선으로 오른 것은 2002년 10월 이후 거의 20년 만에 처음이다. 달러 가치의 상승과 함께 주요국 통화 가치는 각국의 변수와 맞물려 곤두박질쳤다. 일본 엔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2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유로당 달러 환율도 20년 만에 심리적 저지선인 1대 1(패리티)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 원화의 가치도 주요 통화보다는 하락 폭이 크지 않지만 역시 20년 만에 달러당 1300원대를 넘어서며 고꾸라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여행자 신용카드 결제부터 대규모 해외투자까지 전 세계 외환거래의 90%는 달러를 통해 이뤄진다.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폐의 가치가 단기간에 급변하면 그 자체로 세계 경제 여건의 거대한 재편이다.

우선 달러로 돈을 빌린 정부나 기업은 이자나 원금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 재정 운영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벌써 스리랑카는 510억 달러(약 66조 원) 규모의 국가채무를 안고 있다 이미 5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주요 증시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애플과 다른 기술 대기업들은 몇 주 뒤 재무제표를 발표할 때 달러 강세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 매출의 60%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미국이 아닌 지역에 본사를 둔 수출기업은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영국 명품업체 버버리는 지난 15일 환율 변동 영향으로 올해 매출액이 2억 달러(약 2600억 원)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달러가 독보적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태도 변화에 있다. 연준은 최근 수년간 물가 상승 동력을 오판한 뒤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전 세계 어느 중앙은행보다도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높이고 있다. 긴축에 따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투자금이 달러로 환전돼 미국으로 들어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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