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성지곡 편백 숲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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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또는 힐링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 중에 편백 숲이 있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천연 항균물질로 알려진 피톤치드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이 물질을 많이 발산하는 수종으로 편백이 꼽히면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지자체들도 대대적으로 편백 숲 조림에 나섰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심신을 쉴 수 있는 편백 숲의 관광자원화 가능성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편백의 조림 면적은 2008년 1622㏊에서 2018년엔 5746㏊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지자체나 산주들이 지역을 불문하고 편백을 선호하는 바람에 이 나무 식재가 가능한 지역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편백은 온난대 기후에서 잘 자라는 수종으로 남부 지방에 주로 분포한다. 북쪽으로 갈수록 생존율이 떨어지는데, 부산은 온난대 기후대로 편백이 자라기에 매우 적합한 곳이다. 편백 숲이 조성된 역사도 깊다. 도심 속 대표적인 편백 숲으로 꼽히는 성지곡 수원지의 편백 군락은 이미 100년이 훨씬 넘는다.

2년 5개월간의 공사 끝에 1909년 9월 완공된 성지곡 수원지는 당시 4만 명 남짓한 부산 인구가 30만 명으로 늘 때를 대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수원지가 완공될 때 그 주변은 민둥산으로, 산비탈에 많은 비가 내리면 토사가 쏟아져 수원지로 유입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막을 방법이 필요했는데,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는 방안이 채택된 것이다. 그때 일본으로부터 편백과 삼나무 등을 들여와 심었다.

현재 약 10㏊ 규모로 조성된 편백 숲은 은은한 향기와 쭉쭉 뻗은 이국적인 풍광으로 부산시민이 가장 즐겨 찾는 명소이자 자랑거리가 됐다. 2017년에는 산림청이 주관한 전국의 ‘아름다운 숲’에 선정되기도 했다. 3.5㎞ 산길에 5만 그루의 편백과 삼나무 등이 어우러진 숲속에 들어가면 꼭 피톤치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런데 최근 이곳 편백 숲의 일부가 무더기 고사 위기라고 한다. 잎은 말라 갈색으로 변했고, 껍질도 벗겨졌다. 환경단체는 석 달 전부터 이런 상황이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관리를 맡은 부산시설공단은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탓에 발생하는 자연도태 현상이라고 해명하는데, 어찌 됐든 심상치 않은 일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성지곡 편백 숲은 모든 시민이 사랑하고 아끼는 자산이다. 반드시 원인을 찾아내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할 일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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