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동 ‘빈손 외교’ 허점 비집고 들어가는 푸틴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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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카스피해 연안국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카스피해 연안국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중동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고물가 등 혼란한 정국을 극복하고자 앞다퉈 원유, 무기 등에서 강점을 지닌 중동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9일 이란에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3자 정상회담을 연다. 16~17일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이 마무리되자마자 푸틴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는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걸프 협력회의(GCC)+3 정상회의’에 참석했으나 원유 증산, 이란 핵 문제 해결 등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 원유 증산·이란 핵 등 성과 못 내

샌더스 의원 “독재국가와 친밀 관계 의문”

푸틴, 이란·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의

이란에 곡물 주고 제재 우회로 확보 전략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안보개발 정상회의에서 중동 국가의 지도자들과 단체 사진을 찍는 조 바이든(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안보개발 정상회의에서 중동 국가의 지도자들과 단체 사진을 찍는 조 바이든(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리더십’이 흠집 난 틈을 타 중동에서 광폭 행보를 보일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WSJ은 러시아의 이란 방문을 두고 “수년간 중동에서 군사·외교적 개입으로 얻은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공을 들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동 내 러시아 관계 전문가인 마크 캐츠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이란과의 관계에 매우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전통적인 반미 전선 국가로 러시아와 군사 파트너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무인기를 얻고자 최근 한 달간 두 차례 이상 이란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식량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이란에 곡물을 주는 대가로 서방 제재 우회로를 만드는 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인도 등에 수출할 때 이란을 거치는 방안이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두 국가의 반미 전선의 균열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로 인해 철강 등의 공급 가격을 깎아 아시아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란도 지난 10년간 미국 제재로 인해 중국, 인도 등에 수출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경쟁국으로 등장한 셈이다.

러시아는 중동의 전통적 친미 국가인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등과도 결속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집트 등에서 최대 밀 수출국인 만큼 식량 공급을 매개로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 없는 중동 순방을 두고 대내외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친민주당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7일 ABC방송 ‘디스 위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사우디 지도자가 워싱턴포스트 언론인 살인과 연관돼 있다며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전했다.

샌더스 의원은 “우리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믿지만, 사우디가 이 중 어떤 것을 믿는지 모르겠다”면서 “이 같은 독재국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18일 “(바이든 대통령이)주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귀국한 것은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목소리 높였다.

미 행정부는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1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모스 호치스타인 국무부 에너지 안보 특사는 이날 CBS방송에서 “OPEC이 다가오는 다음 달 회의에서 증산 결정을 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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