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크라 전쟁은 서방 탓”… 러시아와 ‘반미 연대’ 본격화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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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푸틴과 테헤란서 회담

19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라이시 이란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19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라이시 이란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 편을 들며 ‘반미 전선’을 다졌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전쟁은 (러시아의)반대편이 시작했다”면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위험한 집단”이라고 말했다. 또 “이란과 러시아는 서방의 속임수를 늘 경계해야 하고 양국은 장기간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대표적 반미 국가인 러시아와 전략적 관계를 구축해 각종 서방 제재를 상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란, 튀르키예 정상과 3자 회담을 하기 위해 이란을 찾았다. 앞서 원유 증산 등에 대해 뚜렷한 성과 없이 돌아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빈 손 외교’를 겨냥하듯 중동에서 보폭을 늘려간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에서 수세에 몰려 있는 만큼 푸틴 대통령도 ‘반미’ ‘반서방’을 접점으로 상대적 우방국들과 관계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만나기 전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도 만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도 별도 정상회담을 갖고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 문제 등을 논의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문제와 관련해 “튀르키예의 중재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유엔은 이번 주 중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송 재개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얼마나 고립됐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이란과 북한에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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