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영갈등 치닫는 대우조선 분규, 정치는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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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이 장기화 중인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이 장기화 중인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연합뉴스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해결 쪽으로 가닥이 잡혀 간다는 소식이다. 최대 쟁점이던 임금 30% 인상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던 노사가 4.5~5% 인상으로 의견을 모으고 조율 중이라고 한다. 폐업 하청업체 고용 승계나 손해 배상 등의 문제에서 여전히 타협이 필요하지만 대체로 사태 해결이 임박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공권력 투입이 언급되는 가운데 제2의 용산참사를 떠올릴 정도로 국민적 우려가 컸던 사안이라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50일 가까이 진행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꼭 따져 봐야 할 문제가 있다. 사회적 갈등 해소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정치권의 무책임한 태도다.


정부·여당은 강경 대응, 야권은 관망

사회 갈등 해소가 곧 정치 존재 이유


조선업 구조조정 이전인 2014년과 비교해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지난해 실질 임금은 31%가량 줄었다고 한다. 사실 하청업계의 임금 인상 필요성은 조선업계가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임금 결정 과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원청업체가 있고 그 아래 하청구조도 다단계로 쪼개져 있어서다. 거기다 원청인 대우조선의 경우 채권단 관리 하에 있고 채권단의 주축은 산업은행이다. 요컨대 이번 해결의 실마리는 산업은행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국가 예산으로 재원을 확보해 주고 공공의 영역을 운영토록 하는 국책은행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원만한 사태 해결보다는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며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고, 그에 맞춰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도 전방위로 노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국민의힘도 노조의 파업을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규정하는 한편 조선업계에 미칠 피해를 강조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부는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나 대우조선과 노조 사이 중재에 나서는 등 전향적인 노력은 볼 수 없었다.

야권도 제 역할을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면서 사태가 엄중해지자 정부·여당에 대화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뒷북을 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키로 했다지만 제1 야당으로서 그동안 소극적으로 관망만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의 존재 이유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그런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다. 이번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사태처럼 진영 간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정치라면 그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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