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극단 선택’ 공시생 포함 조만 면접관·수험생 사전 결정… 경찰 ‘점수 담합’ 정황 포착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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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부정 개입될 여지 높아
교육청 “특성상 기술직에서 면접”
해당 조만 ‘면접 우수’ 합격자
유족도 면접 공정성 의혹 제기

지난해 7월 사망한 공시생의 유족이 20일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이대진 기자 지난해 7월 사망한 공시생의 유족이 20일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이대진 기자

부산의 한 특성화고 공시생을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한 지난해 부산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시험(부산일보 7월 18일 자 2면 등 보도)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기술직군 면접시험이 ‘단일조’로 치러진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개 조별로 지원자와 면접관을 뒤섞는 행정직군 면접과 달리 1개조에 불과한 기술직군은 사실상 면접조가 사전에 결정된 구조여서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높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기술직군 면접관들끼리 ‘점수 담합’을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부산시교육청과 공시생 유족 측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지방공무원 임용 면접시험에서 행정직군은 1~14조로 나뉜 반면, 기술직군은 15조 단일조로 면접이 진행됐다. 조가 여러 개로 나뉠수록 지원자(행정직)와 면접관(행정직)을 연결하는 경우의 수가 다양해지는 반면, 조가 1개이면 지원자(기술직)와 면접관(기술직) 조합이 바뀔 수 없는 구조다. 시교육청은 기술직군 지원자가 적은 데다, 전문성을 요하는 특성상 기술직 출신 면접관이 해당 지원자들을 심사하도록 하기 위해 기술직군 1개조만 분리해 면접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당시 15조에서는 공시생 B 군 등 직업계고 졸업(예정)자인 ‘경력경쟁’ 지원자와 일반적인 ‘공개경쟁’ 지원자 등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한 16명이 면접에 응시했다. 그런데 유독 지원자와 면접관을 뒤섞은 1~14조에서는 단 1명도 나오지 않은 ‘면접우수’ 합격자가, 15조에서만 무려 3명이나 나와 공정성 의혹이 제기된다. ‘면접우수’는 면접관(조별 3명) 과반수가 평가항목 5개 모두 ‘상’을 매기면 필기시험 순위와 상관없이 합격하는 제도로, 이를 통해 15조 면접우수 합격자 3명 중 2명이 필기시험 순위상 불합격권이었다가 합격으로 바뀌었다.

특히 15조 안에서도 B 군이 속한 직업계고 경력경쟁 건축직렬(3명 선발)에선 필기시험 합격자 5명 중 5위였던 지원자가 면접우수로 최종 합격하며 당초 3위였던 B 군이 4위로 밀려 불합격했다. 유족 측은 문제의 15조 면접 과정에서 최근 구속된 시교육청 A 사무관과 부산시·우정청 소속 나머지 면접관 2명 사이에 점수 짜맞추기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실제로 유족 측이 확보한 15조 면접채점표를 보면 A 사무관과 부산시 소속 면접관의 채점결과가 5개 항목 모두 동일한 경우가 지원자 16명 중 14명이나 된다. 나머지 지원자 2명 중 1명은 5개 항목 중 4개가 일치했고, 또 다른 1명은 A 사무관이 뒤늦게 항목 1개를 고쳐, 5개 모두 '상'을 준 나머지 면접관들과의 점수 차를 줄였다. 특히 이들은 이 과정에서 B 군이 속한 직렬의 채점결과표를 예정된 시각보다 늦게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특히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면접관들 사이의 ‘점수 담합’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면접관 구성은 시험일 1~2주일 전에 확정되는 구조여서, 시험을 앞두고 면접관 정보가 유출될 위험성도 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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