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같은 우리 아이’ 통학길이 위험하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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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지역에서 통학버스에 치인 어린이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등 유사 사고가 잇따르자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2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유치원 앞에서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이 통학버스를 타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최근 부산지역에서 통학버스에 치인 어린이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등 유사 사고가 잇따르자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2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유치원 앞에서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이 통학버스를 타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세림이, 해인이, 하준이, 태호·유찬이…. 어처구니없는 부주의에서 비롯된 교통사고로 어린 생명들이 하나씩 스러져갈 때마다 어른들은 ‘법을 바꿔 지켜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사람들은 어린 생명의 안타까운 희생을 잊지 말자며 꽃 같은 아이들의 이름을 새겨 법안을 만들었다.

최근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 잇따라

세림이법, 해인이법, 하준이법 등

희생 아동 이름 딴 법안 쏟아내도

매년 80~100여 건 통학버스 사고

‘돌발 상황’ 대응 담은 입법 시급

아이들의 유산과도 같은 법안은 하나둘 쌓여 가지만, 어린이 교통사고는 근절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법과 제도가 강제한 안전수칙들이 온전히 지켜지지 않고, 현행 법안들이 갖고 있는 여러 맹점으로 인해 아이들의 안전에는 사각지대가 무수하다. 최근 부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는 그동안 발의·시행된 어린이 교통사고 관련 법안들 뒤에서 팔짱만 끼고 있던 관련 기관과 관계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충분하다.

지난 4일 오전 8시 45분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22개월된 A 양이 어린이 통학버스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경찰에 따르면 A 양의 보호자는 A 양 오빠를 먼저 유치원 통학버스에 태웠다. 경찰은 버스가 출발하자 A 양이 버스 운전석 쪽으로 걸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호자가 미처 막지 못한 사이 통학버스가 출발했고, A 양은 버스에 치여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39인승 버스를 몰던 버스 운전사는 “A 양이 버스 앞으로 지나가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8일 뒤인 지난 12일 오전 9시에는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어린이집 앞 도로에서 3살 난 B 군이 통학버스에 끌려가며 중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B 군은 어린이 통학버스가 원생을 어린이집 앞에 내려주고 출발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다. A 군은 차량에 끼여 상당한 거리를 끌려갔다. 당시 차량에는 어린이집 교사가 함께 타고 있었으나 안타까운 사고를 막지 못했다.

20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 교통사고는 전국에서 8889건이 발생해 1만 978명이 부상하고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체 사고의 절반 이상인 4853건(54.6%)은 운전자의 안전운전의무 불이행, 즉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발생했다.

어린이에게 가장 안전한 이동수단이어야 할 어린이 통학버스로 인해 어린이가 다치거나 사망한 사고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전국에서 모두 350건 발생했다. 2016년(38건)과 2020년(37건)에는 사고가 비교적 적었지만 2017~2019년에는 해마다 80~100여 건의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가 일어났다.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로 인해 2016~2020년 5년간 모두 525명의 아이가 다쳤고, 2명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통학버스 차량의 전방이나 측면에 충돌을 감지하는 센서 등 간단한 운전자 보조 장치만 부착됐더라도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이환진 차장은 “세림이법 등 지금까지 나왔던 많은 법안은 시설이나 교육, 인식 개선을 통한 예방이 주된 목적이었다”며 “어린이 교통사고의 특성상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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