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 후쿠시마 방류수, 윤 정부 귀 닫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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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와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앞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와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앞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일본 도쿄전력이 내년 봄부터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약 1km 떨어진 앞바다에 해저 터널을 이용해 방류키로 했다. 도쿄전력은 관할 지자체의 동의를 얻어 오염수 방류 설비 공사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 22일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후 바닷물로 희석해 해양으로 방류하는 계획을 정식 인가했다. 하지만, ALPS는 세슘 등 62가지의 방사성 물질은 제거할 수 있으나 체내 축적으로 DNA 손상, 생식기능 저해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삼중수소(트리튬)는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남해안 수산업계 위기감 커져

국민 건강 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해야


문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피해가 단순히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학적 근거조차 불분명한 ‘정화 처리’된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된 이후 7개월이면 해류를 타고 제주도 앞바다에 도착할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도는 물론이고, 국내 최대 수산 도시인 부산을 비롯해 거제, 통영, 남해, 여수, 목포 등 남해안 일대에서 생산된 각종 수산물과 염전의 천일염, K푸드 여파를 타고 세계적으로 수출되는 수산 가공식품 등에 대한 불안감과 소비 기피 현상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 서울의 정책 집행자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을 바다에 기대어 사는 남해안 일대 수산·식품업계가 겪을 우려가 큰 실정이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해양 환경과 함께 식량 안보 및 국민 건강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지금도 후쿠시마 인근 해상에서 어획된 생선에서 기준치를 5배 초과한 세슘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는 일본과 한국 어업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끼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경고했다. 오염수 방류는 국민의 불안감과 함께 현재 기술 수준으로 밝혀내지 못한 잠재적 건강 및 환경 위해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게다가 일본의 후진적인 정치 시스템과 도쿄전력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일본 내부에서조차 과학적인 신뢰 구축이나 완벽한 동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2일 관계부처 회의를 갖고 ‘일본에 잠재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겠다고 하지만, 탁상공론에 빠져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듯하다. 자칫 한국 정부가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배출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이다. 정부는 어민·환경단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한국의 동의 없는 오염수 배출 강행은 안 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명해야 한다. 일본 정부에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한국·중국 등 이웃 나라와의 선제적 합의와 정보 공유를 촉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식량 안보, 어민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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