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치킨 게임과 총성 없는 오징어 게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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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기계공학 박사

치킨 게임이란 생존 경쟁자 간 이판사판의 극단적 상황이 연출될 때 사용되는 용어이다.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최고 시청 시간을 기록한 넷플릭스 드라마로 수백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극한 게임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는 지금 이판사판으로 오징어 게임에 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듯하다. 왜인가?

2022년 현재 세계 인구수는 80억 명가량이다. 이들의 욕망을 채우면서 평화로운 지구를 유지하는 일은 가능한가? 인구론 저자인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는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면서 식량 부족을 경고한 바 있다. 18세기 말에는 지구 인구는 10억 명이 이하여서 그의 이론이 빗나가 폄하되었지만, 20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의 예측대로 8배 이상이 되었다. 과학저널 ‘네이처 지속 가능성’ 연구에 의하면 과학 기술 문명은 80억 명에 가까운 현재의 인구가 지구를 망가뜨리지 않고 질 높은 삶을 계속 누릴 수 없다고 한다. 2100년이 되면 110억 명 안팎이 된다. 이때가 되면 지구는 얼마만큼 망가질지, 인류는 평온히 살 수 있을까? 지구를 해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적정 인구는 얼마일까? 보고에 따르면 지구의 적정 인구는 30억 명 전후라고 한다. 세계는 30억 명이었던 1960년대 이후부터 치열한 생과 사의 전쟁에 노출된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 기술 전파 가속도

전 세계 상대 무너뜨리는 경제 전쟁 돌입

대우조선해양 불법 파업, 안방 ‘치킨 게임’

협력해서 함께 생존할 방안 마련해야


한편, 1990년 이전의 미소 냉전 시절에 군사 기밀용으로 사용되었던 문자 통신 기술은 냉전 종식과 함께 무용지물이 되자 민간용으로 상용화되었다. 이 기술이 오늘날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스마트폰을 통해 세계를 하나의 경제, 하나의 사회, 하나의 문화권으로 만들었다. 한마디로 인간은 스마트폰과 호모 사피엔스가 합쳐진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가 된 것이다. 어쩌면 20세기의 판도라 상자가 열린 것이다. 지구가 수용 가능 인간 욕망의 총량은 이미 초과한 상태에서, 온갖 첨단 제품과 정보가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 경쟁자의 스마트폰으로 전달되어 생존 경쟁의 욕망을 불 지르고 있다. 급속한 정보화는 세계 평준화를 가져왔고, 그 결과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결국, 제조업 선진국들이 후발 주자들을 따돌리기 위해서 취해야 할 최후의 선택지는 바로 ‘초격차 전략’이 되었다. 선진국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숙명에 내몰린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어느 선지자가 인간에게 툭 내던진 생존 비법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채택할 수밖에 없는 생존 전략이다. 세계 각국은 생산 단가를 최대한 낮추고 품질은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인건비와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자동화 기술과 스마트 기술, 이른바 4차 산업혁명 기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다음은 무엇일까? 어쩌면 상대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총성 없는 오징어 게임’이 아닌가 한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씨 말리기 전략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강력한 지원 정책을 통해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인 스마트폰, 전기차용 배터리,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량을 끌어내리고 있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사는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소니와 손잡고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5조 원을 투입하여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를 육성하면서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정부가 직접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상대를 무너뜨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총성 없는 오징어 게임에 숙명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시대를 예고한다.

최근 세계 3대 조선소의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조 불법 파업이 대서특필되고 있다. 우리끼리의 치킨 게임이 안방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게임의 종말은 어디일까. 너무나 뻔하다. 오징어 게임에서 모두 죽어버리게 되는 패자의 사회가 아닌가. 중국 정부는 강력한 금융지원 정책으로 우리나라 조선소에 건조 주문하려는 선주들의 발길을 중국 조선소로 돌리고 있다. 조선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국가 간 오징어 게임의 성격을 지닌 산업군이다. 상대국의 불행이 자기 나라의 위안으로 나타나는 오징어 게임의 시대, 같이 죽음의 길을 갈 것인지, 함께 협력하여 같이 살아남을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시대다. 같이 죽을 운명을 맞게 되는 치킨 게임은 걷어치우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깐부’가 되어 국가 간 오징어 게임에 임해야 하는 숙명의 시간이 왔음을 인지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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