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위원장 패싱 전 구청장들, 전략적 ‘숨 고르기’ 행보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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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선의 유력 주자로 거론됐던 부산 전 기초단체장들의 행보가 잠잠하다.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을 꿰찰 것으로 보였으나, 이중 다수가 응모를 하지 않거나 철회했다. 전당대회, 지역구 조정 등으로 뒤숭숭한 정국 속 전략적 ‘숨 고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 21일 마무리된 부산 지역위원장 인선에는 직전 구청장들이 대거 빠졌다. 정명희(북), 김태석(사하), 김철훈(영도), 정미영(금정), 김우룡(동래), 노기태(강서) 전 구청장은 지역위원장에 지원하지 않았고, 박재범(남) 전 구청장은 이강영 전 구의원과의 남갑 지역구 경선을 앞두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지난 21일 마무리 민주 부산 인선

정명희·김태석·김철훈 등 지원 안 해

박재범 경선 앞두고 후보 사퇴

“엊그제 선거 떨어지고 나서기가…”

지역구 재편 등 관망, 민심 살펴


이들은 직전 구청장이라는 프리미엄에도 불구, 차기 총선 출마 수순인 지역위원장 공모에 응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들 모두 지역위원장에 도전했다면 높은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홍순헌(해운대), 서은숙(부산진), 최형욱(동), 이성문(연제) 등 지역위원장에 도전했던 전 구청장 4명은 모두 선출되기도 했다. 특히 김철훈, 정명희, 박재범, 노기태 후보는 6·1 지방선거에서 40%이상 득표하는 저력을 보였음에도 조용한 행보로 의문을 키웠다.

이들 중 다수는 “엊그제 지방선거 패배 후 바로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박재범 전 구청장은 “선거에 떨어진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지역구를 관리하는 게 맞지 않다고 봤다”면서 “잠시 내려놓고 길게 호흡을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영도 지역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김철훈 전 구청장은 “여기저기서 권유는 많았지만 현 위원장이 지역구 관리에 애를 쓰고 있는데 선거에 떨어졌다고 바로 나서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노기태 전 구청장은 앞서 지방선거 직후 “앞으로 정치에 발을 들이지 않고 지역을 걱정하는 선배로 남을 것”이라며 향후 정치 행보에 선을 그었다.

표면적인 이유 이면에 전략적인 행보가 숨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남구나 북강서, 동래 등은 지역구 조정 대상 지역으로 꼽혀 섣불리 나설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남구는 갑과 을의 합구가 유력하고 북강서나 동래는 추가 분구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전 구청장들이 치열하게 경선하며 당내 갈등의 소지를 만들기보다는 지역구 재편 상황 등을 관망하는 것에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하, 북강서, 남구는 현역 국회의원의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크다. 현역 지원설 등 괜한 잡음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전당대회와 시당위원장 교체 등 권력 재편도 변수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면서 “혼란스러운 당내 상황이 수습되고 나서는 게 오히려 현명한 판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 전직 구청장은 지역구 행사, 봉사활동, 특강 등을 통해 바닥 민심을 다지며 세를 키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한두 차례 지역위원장 공모가 더 실시될 수 있어 총선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정명희 전 구청장은 “따로 계획한 일은 없으며 지금은 지역 행사 등에서 주민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석 전 구청장은 “앞으로 정치 영역에서 저의 역할이 있을지 고민을 하는 중”이라면서 “지역에서 계속 생활하고 있으며, 기회가 된다면 대학 강의 등을 하면서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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