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 그냥 넘길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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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무료도시락 나눔을 받은 어르신들 모습. 부산일보DB 사진은 무료도시락 나눔을 받은 어르신들 모습. 부산일보DB

고독사 문제는 부산에서 가장 중대하면서도 고질적인 현안이다. 5월에도 한 아파트에 홀로 살던 60대 여성이 숨진 지 수개월 만에 발견되는 등 비극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전국 7대 대도시 중 가장 먼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부산은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 고독사에 취약한 도시로 손에 꼽힌다. 이런 와중에 부산시가 고독사 예방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는 소식은 고무적으로 다가온다. 보건복지부 고독사 예방 관리 시범사업에 공모 신청을 하면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고독사 예방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생존을 확인하는 1차원적 대책에 머물지 않고 고독사 위험군을 근본적으로 끌어안는 정책적 방향성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령화사회에다 고독사 취약 도시

정부와 연대, 예방 대책 촘촘히 짜야


부산은 전국적으로 가장 빨리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고독사에 대한 우려가 어느 도시보다 클 수밖에 없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0%를 넘겨 광역시 가운데 부산이 사상 첫 초고령사회에 들어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자조 섞인 비유는 이미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여기에 빈곤율이 맞물려 있다. 부산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30%에 가까이 급증하는 등 영세인이 크게 늘어났다. 노인층 증가와 빈곤율의 확산이 겹치는 지점이 넓어지면 사회안전망 붕괴와 고독사 급증은 불가피해진다. 사회적으로 단절돼 나 홀로 임종을 맞는 고독사가 전국 어느 곳보다 심각한 곳이 부산이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의 정확한 실태 조사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중 13개 시·도가 실태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행히 부산은 서울, 제주와 함께 관련 자료가 집계되고 있지만 고독사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 단계로서는 부족한 수준이다. 고독사 대책을 마련하려면 실태 파악이 우선인데 모든 1인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가 급선무다. 일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정부와 부산시가 고독사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일단 지난해 4월부터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돼 법적 근거는 마련된 상태다.

부산은 이미 ‘고독사 도시’라는 부끄러운 꼬리표가 붙은 지 오래다. 부산시가 정부 사업과 연대해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에 나서기로 한 만큼 이번에야말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구·군별로 고독사 예방 대책을 틈새 없이 촘촘히 짜도록 유도하고 실효성 있는 고독사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대로 고독사의 정체는 ‘가난과 우울’이다. 고독사 예방의 근본적인 길은 끊긴 사회적 연결을 다시 이어주는 데 있다. 아직은 고독사 위험자 발굴과 이들에 대한 응급 지원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사회적 고립 해소와 사회 활동 지원 등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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