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상큼 물냉면 깔끔매콤 비빔냉면, 우린 이 맛에 간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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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업 25주년 맞은 냉면맛집 ‘함경면옥’
3일 숙성 다대기 깊은 맛 함흥냉면 인기비결
끓는 물로 반죽한 고구마전분 물냉면 ‘탱글’
소고기‧채소 끓여먹는 북한식 어복쟁반 별미

날씨가 더워지면 입맛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보아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이럴 때에는 시원한 음식을 먹는 게 최고다. 텁텁한 것보다 매콤달콤한 음식이 더 좋다. 여기에 딱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 누구나 다 알고 누구나 좋아하는 냉면이다.


부산 동래구 명륜동 함경면옥(대표 오경석)으로 달려간 것은 부산에서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아는 ‘냉면 맛집’이기 때문이다. 1997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니 올해로 개업 25주년을 맞았다. 한마디로 사반세기 동안 이어진 식당이다.

오 대표는 어릴 때부터 냉면을 좋아했다. 회사에 다니던 그는 서울에서 지인의 냉면집에 다녀온 뒤 부산에 비빔면인 함흥냉면 전문식당을 열기로 했다. 개업에 앞서 여러 식당을 돌며 냉면을 먹으면서 맛을 배우고 기술도 익혔다. 서울 지인의 식당에서도 많은 걸 배웠다.

오 대표는 “당시 부산에서 제대로 된 냉면집은 남포동의 원산면옥 뿐이었다. 게다가 함흥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드물었다. 그래서 함흥냉면을 제대로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함경면옥의 냉면에 사용하는 면은 100% 고구마 전분이다. 물냉면인 평양식과 비빔냉면인 함흥식 모두 똑같다. 먼저 고구마 전분을 95도 이상으로 펄펄 끓는 물에 섞어 반죽을 한다. 뜨거운 물을 사용해야 면이 탱글탱글해진다. 완성한 반죽은 5도 안팎의 냉장고에 넣어 하루 정도 저온 숙성한다. 숙성한 반죽을 다음 날 꺼내 기계로 면을 뽑은 뒤 10초 정도 뜨거운 물에 삶는다. 그리고 곧바로 얼음물에 30초 정도 식힌다.

물냉면의 육수는 동치미와 사골 국물을 섞어 만든다. 식당에서 직접 만든 간장과 사골을 넣어 하루 종일 끓인 국물과 동치미를 적당한 비율로 섞는다. 그래서 함경면옥의 물냉면 육수를 마시면 시원하고 상큼하고 담백한 동치미 맛이 난다.


비빔냉면 다대기는 간 양파, 파, 배, 갈아서 삶은 소고기, 고춧가루 등 서른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다. 다대기도 바로 쓰는 게 아니라 3일 정도 숙성시킨다. 함경면옥 비빔냉면이 인기를 끄는 것은 바로 이 다대기 맛 덕분이다. 깔끔하고 매콤한 다대기를 한 번 경험하면 잊기 쉽지 않다.

냉면이 나오면 가급적 일찍 먹어야 탱글탱글한 면의 느낌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면의 탄력이 떨어진다. 갓 나온 냉면을 먹어보고 한참 뒤에 다시 먹어보면 그 차이를 금세 실감할 수 있다.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나온 직후에 먹으면 둘 다 면의 탄력이 비슷하다. 조금만 지나면 탄력에 차이가 생긴다. 물냉면의 면이 훨씬 오랫동안 탱글탱글하다. 오 대표는 “물냉면 면은 찬 육수에 담겨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냉면을 먹을 때 함께 찾는 게 있다. 바로 왕만두다. 함경면옥 왕만두의 소에는 돼지고기가 많이 들었다. 약간 기름지면서 상당히 부드럽고 고소하다. 오 대표는 “부산 냉면집 만두 중에서 손꼽을 만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웃었다.

함경면옥에서 사시사철 인기를 끄는 다른 메뉴도 있다. 북한음식이라는 어복쟁반이다. 일종의 소고기전골이다. 어복쟁반에는 설깃, 차돌박이, 사태 등 다섯 부위의 소고기가 들어간다. 여기에 미나리, 부추, 배추,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등 8가지 채소도 놓인다. 소고기와 채소를 정열한 뒤 함경면옥에서 직접 만든 맑은 육수를 넣어서 끓인다.

육수에 끓인 소고기는 상당히 부드럽고 고소하다. 육수는 깔끔하고 담백하다. 소고기와 채소는 간장, 청양고추로 만든 양념에 찍어 먹는다.


어복쟁반은 먹을수록 입맛을 끌어당기는 별미다. 더운 여름에 먹으면 땀을 흘릴 각오를 해야 하지만 먹을 만한 가치를 충분히 지닌 음식이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간다면 어복쟁반을 먹은 뒤 냉면으로 마무리를 하면 금상첨화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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