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오페라하우스, 왜 시사업소가 운영하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창의성 발현의 시대 역행하는 처사
최선의 선택인지 신중히 돌아 봐야


2024년 3월 준공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조감도. 부산시 제공 2024년 3월 준공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조감도.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사업소 형태로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문화예술계 안팎에 논란을 부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시는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국제아트센터 개관 준비를 위해 문화체육국 안에 ‘문화시설개관준비과’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다음달 초에 시행키로 했다고 전해진다. 주지하다시피 오페라하우스는 부산의 문화 지형을 새롭게 바꿀 역사적 랜드마크 공간이다. 그 성공적 개관과 발전적 운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 전문성과 독립성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민간 영역의 문화적 창의력이 터져 나오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문화시설을 직영하겠다는 발상이 부산시로부터 비롯했다는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당장 지역 문화계를 중심으로 “시대착오적”이라는 반발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요즘 기초지자체 산하가 아닌 시 차원에서 문화예술 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곳은 거의 찾기 힘들다. 지난 세월 문화예술 기관에 대한 관의 직영이 가져 온 폐단에 대해서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무수한 시행착오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문화예술을 통제하는 관영에서 민간의 자유로운 창발성을 보장하는 민영으로 넘어가기까지 곡절의 세월이 있었다. 부산시가 예산·인력 확보 과제도 미처 풀지 못한 상태에서 오페라하우스를 직접 운영하겠다는 발상은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여전히 일천하다는 방증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이번 사태는 공공 부문 군살 빼기에 나선 윤석열 정부의 기조 속에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재정 적자가 심한 공공시설을 통폐합해 고정 지출부터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출자·출연기관 신설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과도기적인 직접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게 부산시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부산오페라하우스의 미래를 위한 최상의 선택인지는 확신할 길이 없다. 당초 목표보다 한참 늦은 상황에서 초창기 뼈대를 어떻게 잡아 나가느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극장 운영 경험이 전무한 공무원식 관리 시스템이 과연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할지 의문이다.

2024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 부산 지역 최대 규모의 단일 건축물이다. 지역의 문화적 자산과 깊이를 집약해 부산만의 색깔을 또렷이 아로새긴 자랑거리가 돼야 한다. 지금부터가 성공적 개관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앵커시설 오페라하우스의 내실 있는 운영은 필수적이다. 콘텐츠 개발과 인력 확충 등 행정 지원과 공연장에 대한 직접 운영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부산시는 운영 주체 선정을 미루고 있다가 결국 직접 운영의 키를 잡았다. 시 산하 문화기관 책임 운영과 재단법인 설립을 통한 독립 운영에 따른 문화계 인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혔다고는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과연, 이 길이 누구도 공감하는 최선의 선택인지 신중하게 돌아볼 일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