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임대차2법’… 정부 “합리적 대안 만들 것”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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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전세난 주범’ 원성
원희룡 “개정 논의 시작해달라”
국토·법무부 TF, 제도 개선 착수
임대인·임차인 권리 보호에 우선
여소야대 국회 설득 여부가 관건

국토부와 법무부는 임대차2법 시행 2주년을 맞아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TF’를 꾸리고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붙어 있는 전월세 시세표. 연합뉴스 국토부와 법무부는 임대차2법 시행 2주년을 맞아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TF’를 꾸리고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붙어 있는 전월세 시세표. 연합뉴스

거대 여당의 독주로 탄생해 지난 2년간 '전세난 심화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임대차2법'이 본격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는 2년 전에 이 법이 단기간에 급하게 전격 도입되면서 시장에 충격과 혼란을 준 만큼 성급히 제도 개선에 나서기보다는 충분한 분석과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겠다는 방침이지만, 여소야대 국회 설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임대차2법' 시행 2주년을 나흘 앞둔 지난 27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공동으로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정부는 전문기관 연구용역과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바탕으로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면서도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는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안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월세 시장을 규율하는 핵심 제도인 임대차2법은 임차인(세입자)이 전·월세로 2년을 거주한 뒤 계약을 갱신해 추가로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계약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5%로 정한 ‘전월세상한제’도입이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새 임대차보호법 등 임대차2법을 심의·의결한 직후 곧바로 시행했다.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과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2법이 시행될 경우 집주인이 4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면서 결국 전셋값이 폭등하고, 이로 인해 전세의 월세화 현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법 개정에 강력 반대했다. 하지만 당시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임차인 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입법을 강행했다.

하지만, 임대차2법은 ‘임차인 보호 강화’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행 이후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크게 뛰고 전세시장에서 '이중가격', '삼중가격'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전세난 심화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임대차2법의 전면 수정을 공약했고, 당선 이후 이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새 정부 초대 국토부 수장으로 임명된 원희룡 장관도 "거의 폐지에 가까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임대차2법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정부는 이번 국토부-법무부 TF를 통해 임대차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TF에 양 부처 담당 공무원뿐 아니라 부동산·경제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도 함께 참여시켜 대안을 모색한다. 전문기관 연구용역은 국토연구원과 민사법학회 등이 공동으로 수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용역을 통해 국토부는 현행 임대차 제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평가하고 개선방안에 대한 시뮬레이션 등 새 제도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분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해외 입법사례를 분석해 국내법에 적용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임대인·임차인 간 법률관계 등 주택임대차 관계의 법률적 측면을 중점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TF는 연구용역을 토대로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면서도 임대인·임차인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현행 '2+2년', '5% 상한' 제도는 문제가 많아 손봐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2+2년'으로 돼 있는 계약(갱신) 기간을 '3년'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나 '3+1년' 방식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지만, 이 경우 집주인(임대인)에게 또 다른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희룡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내에 TF 등 소위원회나 소소위원회를 만들어 임대차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현재 야당인 민주당 내에서는 “2년 전 임대차2법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해 정권까지 넘겨줬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있지만, 오히려 현행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야당도 2년 뒤 총선 등 정치적 일정을 고려할 때 어떤 식으로든 보완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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