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 높아진 부산시의회 ‘스터디 열풍’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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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포유연 등 연구단체 잇따라 발족
노후 신도시·엑스포 홍보 전략 등 연구


왼쪽부터 임말숙, 강달수, 박종철 시의원. 왼쪽부터 임말숙, 강달수, 박종철 시의원.


 ‘스마트시티 리빙 랩’ ‘구절초(9대 절친 초선 모임)’ ‘포유연(엑스포 유치 연구원)’.

 9대 부산시의회가 출범 초기 ‘스터디 열풍’으로 뜨겁다. 원 구성 후 첫 회기를 끝내자마자 다수의 연구단체가 앞다퉈 굵직한 현안을 주제로 발족을 준비한다.

 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오는 16일까지 의원 연구단체를 모집한다. 특정 분야에 관심 있는 의원끼리 팀을 구성해 지원하면 심사 후 지원금을 차등 지급한다. 이에 지난달 26일 15일간의 임시회를 마친 의원들은 한숨을 돌릴 새도 없이 연구단체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임말숙(해운대2) 의원이 주도하는 스마트시티 리빙 랩은 노후 신도시, 아파트 등에 4차 산업 기술을 접목하는 도시 정책을 연구한다. 개발보다는 기존 도시의 ‘관리’ 측면에 방점을 찍는다. 가령 주민이 거리 기둥에서 전기차를 충전하거나 미세먼지 오염도를 관측하고, 아파트 자체 메타버스에서 문화공연을 볼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만든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15분 도시’와도 맥을 같이해 시와도 공동 연구나 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임 의원은 “탄소중립, 교통,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면서 “부산시뿐 아니라 구의회와도 연계해 관련 예산 확보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달수(사하2) 의원이 대표로 있는 구절초는 의회 구성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초선 시의원의 의정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시정질의, 안건 심의, 조례 발의 등 의회 체계에 있어 개별 의원의 미숙한 부분을 보완하고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구성됐다. 구절초는 지난달 28일 첫 전체 모임을 가졌으며, 조만간 시정 질의와 관련해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초선 시의원이 무려 13명이나 참여하며 김효정(북2) 의원이 간사를 맡는다. 강 의원은 “시의회가 거수기로 전락하지 않고 견제와 균형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연구단체를 만들게 됐다”면서 “몇십 년간 전문성을 키워 온 공직자들과 깊이 있는 토론을 하려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지원하는 포유연은 박종철(기장1) 의원이 구상했다. 10명의 의원이 참여하며 국내 엑스포 유치 분위기를 띄우는 홍보 전략을 연구한다. 오는 10월 엑스포 유치를 주제로 어린이, 중·고등학생들이 참여하는 영어 스피치 콘테스트 등을 계획 중이다.

 9대 시의회는 출범 초기부터 ‘열공 분위기’가 감지됐다. 올 1월 13일 시행된 지방자치법 개정안으로 의회 독립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의원들의 역량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높았고, 안성민 의장과 강무길 운영위원장도 성과 내는 연구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단체들이 별다른 성과 없이 단순히 보여 주기식에 그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를 경계하듯 운영위는 스터디 예산 배분과 관련해 까다로운 심사를 예고했다. 운영위는 이전처럼 모든 연구단체에 동등하게 예산을 나눠 주지 않고 심사를 거쳐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연구 목적, 예상 성과 등을 검토한 뒤 각 단체를 A, B, C그룹 등으로 나누어 예산을 주는 식이다.

 강 위원장은 “철저한 준비를 거쳐 연구단체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모집 마감 일정도 연기했다”면서 “단순히 1~2개 연구 보고서만 내는 식의 활동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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