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 주연 이병헌 “연기 9단들과 신나게 촬영했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배우 이병헌이 3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으로 관객을 만난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병헌이 3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으로 관객을 만난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와이 호놀룰루행 KI501 항공편. 딸의 치료를 위해 여객기에 몸을 실은 재혁은 비행 공포증을 떨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설상가상으로 항공기 테러를 예고한 살인 용의자가 같은 공간에 있는 걸 알게 된다. 스크린에는 재혁으로 변신한 이병헌(52)의 흔들리는 눈빛이 잡히고, 관객은 단숨에 영화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 ‘비상선언’ 개봉을 앞두고 화상으로 만난 이병헌은 “극장 공개가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게 이병헌은 이 작품으로 2020년 1월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 이후 31개월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그는 “일 년에 영화 한두 편으로 관객을 만나던 내 일상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깨진 것”이라며 “의도한 건 아니지만 팬데믹을 지나면서 훨씬 더 사실적인 영화가 됐다”고 말했다.

영화 ‘비상선언’에서 이병헌은 딸과 함께 하와이 호놀룰루행 비행기에 오른 아빠 재혁을 연기했다. 쇼박스 제공 영화 ‘비상선언’에서 이병헌은 딸과 함께 하와이 호놀룰루행 비행기에 오른 아빠 재혁을 연기했다. 쇼박스 제공

3일 개봉한 이 작품은 위급 상황에 직면해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재난 영화다. 기내에선 이병헌이, 지상에선 송강호가 서사를 이끈다. 비행기 트라우마를 가진 재혁은 위기가 닥치자 극적으로 변화하는 인물. 이병헌은 “20대 중반에 미국 가는 비행기에서 실제로 공황 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며 “그런 경험이 이번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관객들에게 재혁의 불안한 호흡이나 눈빛, 굳어진 표정 등을 잘 전달해 인물이 처한 상황을 잘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병헌은 절절한 부성애와 강한 생존 의지, 타인을 도우려는 이타심 등 다양한 심리 변화를 선 굵은 감정 연기로 펼쳐낸다. 혼란스러운 기내 안에서 딸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이병헌은 “저도 아들을 둔 아빠”라며 “지금까지 아빠 연기를 할 땐 경험적으로 확신이 있었는데 아들 가진 아빠와 딸 가진 아빠는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확실히 다르더라”고 웃었다. “저에게 육아는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에요. 그런데 딸 가진 아빠들의 육아는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랄까요. 작품을 하기 전에 딸을 둔 아빠들을 많이 관찰했어요. 그런 걸 연기에 반영하려고 했어요.”

배우 이병헌이 영화 ‘비상선언’에서 비행 공포증 있는 캐릭터 재혁으로 변신해 관객을 찾는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병헌이 영화 ‘비상선언’에서 비행 공포증 있는 캐릭터 재혁으로 변신해 관객을 찾는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비상선언’ 스틸 컷. 쇼박스 제공 영화 ‘비상선언’ 스틸 컷. 쇼박스 제공

항공재난영화인만큼 심하게 요동치고 뒤집히는 항공기 속 모습은 색다른 볼거리다. 감독은 실제 비행기로 만든 세트를 360도 회전시키는 짐벌(Gimbal)을 이용해 직접 돌렸다. 촬영감독도 세트 안에서 벨트로 몸을 묶은 채 함께 돌면서 촬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세트장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는 이병헌은 “할리우드에서도 그렇게 큰 비행기를 돌려본 적이 없다더라”며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지만, 안전하다는 걸 안 뒤에는 기구 타듯 탑승했다”고 돌아봤다. “처음에 360도 회전하는 비행기 세트 안에 있어야 해서 매 순간 긴장하고 있었어요. 나중엔 괜찮았어요. 송강호, 전도연, 김남길, 김소진, 임시완 등 연기 9단들과 함께 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죠. 하하.”


배우 이병헌이 영화 ‘비상선언’으로 관객을 만난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병헌이 영화 ‘비상선언’으로 관객을 만난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비행기 내에서 벌어진 테러를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이병헌은 이 부분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재난은 예측할 수도 없고 예고도 없이 찾아오잖아요. 그건 막을 수 없어요. 중요한 건 그 재난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일 겁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생각해볼 수 있게 합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