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진통 끝에 비대위로 가지만… 혼돈 해결 ‘산 넘어 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최고위서 전국위 소집 안건 의결
대통령 취임 83일 만에 초유 사태
서병수 “빠른 시간 내 전국위 소집”
이준석계 “최고위원 위장 사퇴 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일 국회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일 국회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의 난맥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당내 리더십 혼란이라도 하루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취임 83일 만에 여당이 비대위 체제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공식화된 것이라는 점에서 집권 세력의 ‘정치력 부재’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일 비대위 전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소집 안건을 곧바로 의결했다. 최고위 멤버인 권성동 원내대표와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 회의를 열어 이 안건을 처리했다.

 회의에는 사퇴 처리가 완료된 김재원 조수진 최고위원을 제외한 재적 인원 7명 중 4명이 참석해 과반 정족수를 채웠다.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의 경우 앞서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사퇴서 접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위 회의에 참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대다수는 전날 의총에서 현재 당 상황을 비상으로 규정하며 비대위 체제 전환에 의견을 같이했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당이 비상 상황이라고 하는 의견에 극소수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당헌·당규 상 비대위를 구성할 명분과 근거를 찾지 못하겠다”며 전국위 소집에 반대한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와의 중진 의원 오찬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실무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빠른 시간 안에서 전국위 개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전국위 의장은 전국위 개최일 사흘 전까지 공고하게 돼 있기 때문에 이르면 5일 개최가 가능하지만, 여러 검토 사항 때문에 빨라야 내주 초쯤 가능할 전망이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조경태 주호영 정진석 정우택 등 최다선(5선) 의원들과 원외 인사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시작 단계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수렴해서 추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친윤계(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비대위 체제 전환이 기정사실이 되고 있지만, 비대위의 성격과 전당대회 시기 등을 놓고 벌써 당내 이견이 나온다. 이준석계에서 끊임없이 절차적 흠결을 주장해 당분간 잡음이 잦아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서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 유권해석과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이 곧바로 통과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 관문을 거친다고 해도 비대위를 조기 전당대회 준비에 초점을 둔 ‘관리형’으로 둘지, 당의 체질을 바꿀 ‘혁신형’으로 둘지 당내 의견이 갈린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당의 지도체제, 리더십을 정상화시키는 게 급선무”라며 비대위 역할을 조기 전대 준비로 못박았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조경태 의원은 “현재는 이 대표가 복귀 못하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 같다”며 “비대위가 6개월가량 활동하면서 새 당 대표를 뽑자는 분위기”라고 당 기류를 전했다.

 반면 조해진 의원은 “새 지도부가 되는 비대위는 지금 지도부보다는 훨씬 더 유능하고 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 혁신 리더십이 있어야 된다”며 혁신형 비대위를 주장했다. 조 의원은 또 이 대표가 6개월 당원권 정지가 종료되는 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장 1월 8일까지만 존속할 수 있는 비대위”를 언급했다.

 이준석계 등은 여전히 비대위 체제 전환에 반발한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배현진 최고위원 등의 최고위 의결 참여를 겨냥, “절대반지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직격하며 절차적 하자를 문제삼았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당시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을 강력하게 비난했는데 이제 우리 당 최고위원들의 ‘위장 사퇴 쇼’를 목도하게 되니 환멸이 느껴질 따름”이라며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