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 지역 수도권화” 국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의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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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일자리 절반 이상 수도권 초집중
반도체 인력도 쏠리면 지방 미래 없어

양향자 의원이 2일 국회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활동 성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향자 의원이 2일 국회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활동 성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수도권은 갈수록 사람이 살 만한 곳이 못 되어 간다. 겨우 전체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이라는 블랙홀이 비수도권의 돈 될 만한 모든 것을 빨아들여 황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격차’ 보고서에는 새로운 사실이 하나도 없는데도 충격적이다. 수도권에는 총인구 50.3%, 청년인구 55.0%, 일자리 50.5%, 1000대 기업 86.9%가 몰려 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수도권이 3710만 원으로 비수도권보다 300만 원이 많고, 단위 면적당 주택 매매 가격은 수도권이 비수도권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이런 천양지차를 감수하고 누가 비수도권에 남으려고 하겠는가.

모든 영양분을 수도권에 빨린 비수도권은 산소 호흡기에 의지하는 중환자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일 “수도권과 지역을 나누는 이분법을 버려야 한다. 전 지역을 수도권화해야 한다”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했다.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안’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다. 아무리 반도체 분야 발전을 위해 인재 양성과 기업투자 촉진이 중요하다고 해도 도가 지나쳤다. 이 법안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 구분 없이 대학 정원을 확대하면 기업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대학으로 쏠림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수도권 대학의 편법 증원이나 다름없는 조치다.

이번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격차' 보고서는 지역 생산 수준의 차이를 인구 유출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저소득 지역에서 고소득 지역으로 인구 유입을 유발해 수도권 집중화를 낳았다는 것이다. 비수도권 지역에 기업이 들어서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려면 조세 감면과 규제 혜택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미국의 '기회특구(Opportunity Zone)'와 같은 공간을 지역에 조성해 보라는 것이다. 이와 정반대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와 인력 양성이 수도권에 집중하면 수도권 쏠림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을 지역으로 분산시켜도 모자랄 판에 정부가 나서 수도권 집중의 길을 터 주면 어떡하겠다는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수도권 쏠림·지방 소멸' 악순환을 끊겠다”고 했다. 양 위원장의 발언은 대통령의 국정 목표와도 정면 배치된다. 수도권과 지역을 나누는 이분법을 버릴 게 아니라, 수도권에만 사람이 산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전 지역이 수도권화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 이제 지방대학들은 한 걸음 더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되었다. 정부의 반도체 인재 육성 정책에 대한 반발은 지방 대학의 밥그릇 싸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역경제의 위기로, 다시 지역소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국정 목표로 내건 윤석열 정부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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