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명의 정견만리(正見萬理)] 휴가 간 대통령,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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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오는 17일 취임 100일째 맞아

지지율은 최근 20%대로 급락

 

급박했던 지난 석 달 국정 운영

대화·토론 없는 모습에 실망 커

 

일방통행식 정면돌파 대응보다

국민 기대 부응하는 자세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 올해 5월 10일이다. 오는 9일이면 대통령직 수행 석 달을 지나고, 17일이면 취임 100일째를 맞는다. 대통령의 성패 여부는 나라의 운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윤 대통령과 새 정부의 행적을 보면 그런 바람에 크게 못 미쳐 아쉽다. 20%대까지 떨어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말해 주듯, 이는 개인을 넘어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실망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2위 후보자와 불과 0.73%포인트 차이인 48.56% 득표로 당선됐다. 20%대 지지율이라는 건, 단순 계산으로 보면, 대선 때 지지자의 절반 정도가 반대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당선 직후 윤 대통령은 집무실을 멀쩡한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해서 큰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인수위 내부에서도 성급하다며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윤 대통령은 “용산이 안 되면 차라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쓰겠다”는 배수진까지 치며 결국엔 뜻을 관철시켰다. 취임 후에는 몇몇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과 처신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서도 임명을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검찰개혁을 외치는 야당을 향해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임명을 강행했을 뿐만 아니라 인사검증 역할까지 맡김으로써 한 장관에게 날개를 달아 주기도 했다.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장관 중 특히 윤 대통령의 심복으로 알려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일선 경찰의 반발과 위법 논란 따위는 무시한 채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여 결국은 ‘임무’를 완수했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현행 만 6세인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겠다고 발표하고 관련 내용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공론화나 의견 수렴 없이 느닷없이 발표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계획에 학부모, 교사, 교원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오히려 신속한 학제 개편을 주문하며 박 장관을 독려했다.

이 외에도 법인세 인하,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폐지, 상속세 완화 등 소위 ‘부자감세’ 정책이 잇따라 발표됐고, 수도권 규제 완화와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 등 지방으로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일 수밖에 없는 조치들도 이어졌다. 나라 바깥에 큰 충격파를 던진 일들도 많았다. 윤 대통령의 “선제적 공격” “한미 군사동맹 강화” 선언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됐고, 사드 재배치와 ‘칩 4’(미국 주도 반중국 반도체 동맹) 참여 여부로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 와중에 윤 대통령이 특별한 이슈도 없이 반러 군사동맹인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함으로써 러시아와의 관계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3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그야말로 정신을 차리기 힘든 정도의 풍파가 몰아친 느낌이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일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다. 윤 대통령은 일단 마음먹은 일에는 밀어붙이는 데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 방향이 정해지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야권이나 국민과 대화하거나 토론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일방통행의 측면이 강했던 것이다. 소신과 추진력이라고 좋게 평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일이 터질 때마다 나라 전체를 흔들 정도로 논란을 야기하고 정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은 정면돌파라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정면돌파는 적한테나 시도하는 법이다. 정면돌파의 상대를 오인하거나 착각할 경우 그때의 행위는 독선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은, 애초 그런 의도는 아닐 테지만,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들릴 수도 있다. 여론만 좇는 인기 지상주의도 문제지만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독선적인 태도는 더 위험하다.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들의 독선이다. 윤 대통령은 “오로지 국민만 생각한다”지만 그 말의 충정을 수긍하는 국민은 지금 열에 셋도 안 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지난 1월 윤 대통령은 자신에게 “연기만 해 달라”는 당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몹시도 서운했던 모양이다. 갈등 끝에 선대위를 전격 해체해 버렸다. 그때 윤 대통령은 “국민이 기대하셨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된 지금 ‘윤석열의 모습’과 ‘국민이 기대했던 바’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금 윤 대통령은 휴가 중이다. 휴가가 끝나면 그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반성문을 갖고 올지 아니면 ‘나를 따르라’는 기치를 그대로 들고 올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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