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전대 ‘본선 점화’… 이재명 ‘설화 리스크’에도 ‘어대명’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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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선 투표 오늘부터 시작

이 ‘의원 욕할 플랫폼’ 발언 파장

악재 불구 ‘이재명 대세론’ 여전

박용진·강훈식 단일화도 불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참석 의원들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참석 의원들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더불어민주당의 8·28 전당대회 지역경선 투표가 3일 시작되면서 당권 주자인 이재명·박용진·강훈식(기호순) 후보 간 전운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2일 오후에는 강원에서 본선 무대 첫 토론회도 열렸다. 유력 주자인 이 후보는 최근 민생과 통합을 앞세워 ‘대세론 굳히기’ 전략을 고수하는 반면, 후발주자인 박, 강 후보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무너뜨리기 위한 이 후보 집중 공략에 나섰다. 특히 이 후보의 최근 잇단 설화가 초반 쟁점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는 이 후보 측의 반박에도 이 후보가 당 혁신안 중 하나로 내세운 ‘국회의원을 욕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을 둘러싼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에서 지지자를 만나 ‘당원 중심 정당’을 언급하면서 “당원들이 당에 의사를 표현할 통로가 없으니까 국회의원들의 개인 번호를 알아내서 문자를 보내는 것”이라며 “(당 대표가 되면)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 욕하고 싶은 국회의원, 단체장, 당 지도부가 있으면, (그곳에서)비난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이번 주 가장 많은 항의 문자 받은 의원 등을 (집계)해 보려고 한다”고도 했다.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 원인을 당내 소통 구조 미비로 보고, 이를 당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양성화’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친명계(친이재명) 지지층의 표적이 돼 왔던 비명계(비이재명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소신파’로 불리는 조응천 의원은 “강성당원들 생각과 다른 발언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군에 속하는 저로서는 영업사원 실적 막대 그래프를 쳐다보는 것 같아 쫄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부 의원들은 “홍위병을 동원한 문화대혁명을 꿈꾸느냐”고 격앙했다. 여기에 박, 강 후보 역시 “(팬덤 정치로)의원들을 겁박하고, 악성 팬덤으로 의원들을 향해 내부 총질로 낙인찍는 당 대표” “비난과 항의 숫자를 줄 세우는 것은 민주주의 강화가 아닌 퇴행”이라고 이 후보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에 이 후보는 “재밌자고 한 얘기에서 조금만 삐끗하면 침소봉대해 본질과 다른 얘기들을 막 만들어낸다”고 해명했지만, 조 의원은 2일에도 “매번 상대방과 언론이 그 발언을 왜곡한다면 저 같으면 내가 어떻게 빌미를 줬을까 하고 되돌아봤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의 ‘실언 리스크’가 전대 초반 쟁점으로 부상했지만, ‘어대명’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10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결과, 이 후보는 범진보 진영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 41%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이낙연 전 대표는 15%였다.

 이와 함께 이번 전대의 최대 변수로 여겨지는 박, 강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는 양상이다. 지지부진한 협상에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앞서 당 선관위가 중도사퇴자의 표는 모두 무효로 처리키로 한 것도 단일화 무산 관측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설령 단일화가 이뤄진다 해도 투표 개시 이후라면 그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성향 차이 때문에 단일화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강 후보는 2일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자꾸 단일화의 문은 닫힐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며 박 후보의 단일화 속도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박 후보 역시 “단일화 이야기는 웬만하면 더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단일화 없이도 근시일 내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가 단일화에 소극적이지만 이번 주말 강원·대구·경북(6일)과 제주·인천(7일) 경선에서 압도적인 2위를 차지해 표심에 의한 단일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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