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어린이대공원 편백 숲, 고사 원인은 전염병 ‘나무좀’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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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욕장 ‘활력숲’ 부근 수십 그루

3개월 전부터 잎 마르고 변색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 실태조사

유해곤충 ‘나무좀’, 나무 관 막아

번식 속도 빨라 대규모 피해 우려

당초 ‘자연 도태’ 성급한 해명 빈축

주기적 현장 점검·전수조사 필요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와 전문가들이 최근 부산진구 부산어린이대공원 편백 숲 집단 고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제공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와 전문가들이 최근 부산진구 부산어린이대공원 편백 숲 집단 고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제공

속보=부산 부산진구 부산어린이대공원 편백 숲에서 발생한 수목 집단 고사 현상(부산일보 7월 18일 자 8면 보도)은 자연 도태 현상이 아니라 전염병인 ‘나무좀’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나무가 수만 그루에 달하는 부산 대표 녹지공간인 만큼 대규모 수목 고사 위기로 확대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는 지난달 20~27일 어린이대공원 편백 고사목 실태조사를 진행했다고 2일 밝혔다. 고사한 나무가 있는 곳은 어린이대공원 산림욕장의 청소년 체험공간이 있는 ‘활력숲’ 부근이다. 이곳 편백 수십 그루는 약 3개월 전부터 잎이 말라 갈색으로 변색하거나 껍질이 벗겨지는 등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사업소 현장조사 결과 편백 고사 원인은 나무좀으로 판명이 났다. 나무좀은 나무를 시들게 하거나 말라 죽게 하는 유해곤충이다. 쇠약한 나무에 주로 발생하는데 영양분과 물이 드나드는 나무의 관을 막아 고사시킨다. 나무좀은 번식 속도가 빨라 대처가 늦으면 주변 쇠약한 나무들에 옮겨붙기 때문에 광범위한 피해로 확대될 위험이 높다.

앞서 사업소 측은 편백 무더기 고사 사태를 자연 도태 현상이라고 성급하게 해명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산다. 사업소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나무들이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자연적으로 고사하는 현상을 보인다고 한때 주장했다. 나무 전염병에 따라 편백이 집단 고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업소의 수목 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나무좀이 발생한 원인이 자연이 아닌 인간 중심적인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장을 확인한 동아대 조경학과 차욱진 교수는 “고사목 대부분이 야자 매트가 깔린 산책로 부근에서 발생했다”며 “사람이 다니기 편하도록 만든 야자 매트는 나무의 뿌리 위에 놓여 지속적으로 뿌리가 사람들에게 짓밟힌다. 원활한 호흡을 막아 나무가 면역력이 낮아졌고, 나무좀의 타격에도 취약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어린이대공원 내부에 10ha 규모로 펼쳐진 편백 숲의 다른 나무들도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는 만큼 나무좀의 타격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부산어린이대공원의 3.5km 산길에는 5만 그루의 편백, 삼나무, 소나무 등 다양한 수목이 우거져 있다. 차 교수는 “부산어린이대공원 산책길은 나무들 사이로 야자 매트를 깔아 길을 낸 것으로, 다른 나무들도 상황은 유사하다”며 “편백 숲 전체에 나무좀이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업소 측은 전수조사 이후 나무좀 감염이 확인된 나무들을 즉시 베어 냈다. 사업소 관계자는 “고사목을 전수조사한 결과 나무좀을 확인하고 해당 나무를 즉시 베어 냈다. 현재 고사목 부근에서는 고사목 이외 다른 나무에서 나무좀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며 “주기적인 현장점검으로 고사 현상이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환경·시민단체는 고사목이 발생한 부근을 넘어 편백 숲 전체 전수조사를 통해 나무 고사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부회장은 “현재 나무좀이 확인된 구간은 활력숲 부근뿐이지만 숲 전체를 살피면 나무좀으로 인한 고사목이 더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민들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부산 대표 녹지공간인 만큼 숲 전체 나무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나무 고사 현상이 확산되지 않도록 잦은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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