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발 리야드 지지 확산을 차단하라”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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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엑스포 유치위 전략 급수정

“프, 최대 경쟁도시 지지는 악재”

아프리카·중남미 외 유럽 정조준

단계적 방식서 동시다발식 전환

윤 대통령 9월 유엔 총회서 ‘올인’


사진은 지난 7월 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에서 한덕수 총리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위촉장을 수여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7월 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에서 한덕수 총리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위촉장을 수여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전에서 부산의 가장 강력한 경쟁도시인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가 프랑스로부터 ‘개최 지지 의사’를 끌어내면서, 부산의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지지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대통령실과 유치위원회(위원장 한덕수·최태원), 부산시, 대한상의, 재외공관 등 관련 당국은 유럽과 중남미·아프리카 국가를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하는 ‘쌍끌이’ 방식으로 유치 전략을 수정할 방침이다.

외교부는 지난달 21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3단계 계획안을 밝혔다. 1단계가 권역별 중점 교섭 대상국 지지 확보에 주력한다는 것이었다. 유럽에선 프랑스와 EU 집행위원회가 대상이었다. 중점국 지지를 발판으로 본격 득표전을 펼치고(2단계), 최종 결정까지 지지국 이탈을 막는(3단계) 전략인데 첫 단추가 꼬인 것이다.

이미 1년 이상 유치활동을 벌인 리야드와 경쟁하는 부산으로서는 마치 ‘1회 초에 홈런을 맞은’ 상황인 셈이다. 유치위에서는 현재까지 부산이 15~20개, 리야드가 35~45개 정도의 지지국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한다. 특히 주변국 의사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력이 있는 외교 강국이자 BIE 사무국이 있는 프랑스의 리야드 지지는 ‘1표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 지지를 등에 업은 리야드에 대한 서유럽의 지지 확산을 막는 데, 우리의 외교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상직 유치위 사무총장(비상임)이 매주 주재하는 ‘유치전략고위급회의’에서도 아프리카, 중남미 등과 동시에 유럽 국가에 대한 포섭 활동 강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고정불변의 지지는 없지만, 초반에 프랑스의 지지를 잃은 것은 아픈 대목”이라고 털어놨다.

이를 두고는 프랑스의 지지 공개 시점이 ‘빨라도 너무 빨라’ 대응이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치위가 프랑스 움직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외교 강국은 통상 후보국의 준비 상태가 객관적으로 확인된 이후 ‘표심’을 밝혀 왔다.

유치 당국이 내년 상반기 현지 실사 이후 이들 국가의 지지 의사를 받겠다고 계획한 이유도 이 같은 외교 선례를 감안한 것이었다. 외교가에선 원유증산, 무기 수출, 원전 수출 등의 문제가 프랑스와 사우디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고 본다. 프랑스는 세계 3위의 무기 수출국, 사우디는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이다.

지난달 15일 사우디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지만, 리야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당시 양국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리야드의 월드엑스포 유치 신청을 환영한다(welcome)’고만 했다. 지지 의사를 표현할 때는 주로 ‘서포트(support)’라고 쓴다.

이에 따라 유치위는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의 지지를 조기에 확보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한다. 동시에 사우디와 접점이 없는 중남미 등을 다자외교 무대에서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해 힘을 보탠다. 최대 표밭인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량(통일벼) 보급 지원과 함께, 해안 인접국을 대상으로 부산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산업 지원사업을 펼칠 방침이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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