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SNS 입소문 간이 횟집 사라지고, 해안산책로 또 부서지고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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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해수욕장 ‘매미급’ 피해
백사장 동쪽 구간 직격탄
“태풍 때마다 속수무책” 비판
얇은 아스팔트 등 원인 꼽혀
친환경 방파제·방풍림 절실

7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에서 군 장병과 적십자 봉사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7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에서 군 장병과 적십자 봉사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복구에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습니다. 곧 추석 연휴인데 눈앞이 캄캄합니다.”

7일 오전 10시께 부산 서구 암남동 송도해수욕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 모(68) 씨는 태풍으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가게 내부를 청소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가게 앞 재활용 수거 업체 트럭에는 못 쓰는 정수기와 수조들이 한가득 실렸다. 김 씨는 사용할 수 없는 깨진 수조를 밖으로 내놓으며 “연휴에도 나와서 정리를 해야 할 판”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상가뿐만 아니라 송도해수욕장의 관광 명소에도 태풍이 할퀴고 간 상흔이 고스란히 남았다. SNS에서 입소문을 탔던 암남어촌계 가건물 횟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횟집 간판은 바람에 날아가 방파제 사이에 끼어 있었다. 송도해수욕장을 대표하는 명소인 구름산책로는 덱 일부가 부서졌다. 최근 낙석 사고가 발생해 산책로 일부가 파손됐던 해안산책로는 복구를 위한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다시 태풍으로 곳곳이 상처를 입었다.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지나간 송도해수욕장은 이전의 모습을 되찾기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태풍 피해를 입은 상인과 주민은 “태풍 매미 때의 처참했던 피해와 이번 태풍 피해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태풍이 올 때마다 속수무책이라며 보다 현실적인 방재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풍 피해를 입은 해수욕장 상인들은 낮은 방파제와 얇은 아스팔트 도로가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횟집을 운영하는 심 모(73) 씨는 “태풍을 대비해 가게 입구와 외부를 합판으로 막고 모래주머니도 쌓아 철저히 막았지만 아스팔트 파편이 가게 안으로 날아와 냉장고와 내부 물건들이 긁히고 깨졌다”고 말했다.

주민 윤 모(71·암남동) 씨는 “태풍을 막아 줄 제대로 된 방파제가 없어 아파트 1층과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찼다”며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이 만들어 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도해수욕장 백사장 동쪽 구간이 서쪽보다 피해가 더 심했다. 힐스테이트이진베이시티 인근 송도해상케이블카 입구부터 마리나호텔까지 약 250m 구간에 있는 가게와 도로가 태풍의 직격탄을 맞았다. 해수욕장 백사장 서쪽에 있는 가게들은 공유수면 매립 공사로 생긴 송도오션파크로 인해 해안가와 거리가 생겨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다. 동쪽은 바다와 거리가 가깝고 방파제가 높지 않기 때문에 거센 파도를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서구청은 송도지구 연안정비사업 일환으로 예산 72억 원을 투입해 거북섬 일원에 약 250m 이안제(육지에서 분리된 방파제) 보강 공사를 진행해 태풍 피해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올 10월 착공에 들어가 2024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부산시도 해수욕장 인근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힐스테이트이진베이시티 앞 해상에 약 500m 길이의 방재 호안을 설치할 계획이다.

전문가는 태풍 피해 대비를 위해 보다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동아대 건축공학과 이정재 교수는 “태풍으로 인해 발생하는 월파와 거센 비바람을 중간에서 한 번 막아 줄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며 “바다에 친환경 방파제를 세우거나 방풍림을 조성해 태풍의 세기를 중간에서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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