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 과정서 독성 물질 ‘반복’… 원수 개선 없이 안전한 물 없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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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 부산의 염원] (1) 원수 오염과 정수처리의 그림자

국민의힘 부산시당 조경태 위원장 등이 지난달 18일 경남 양산시 물금취수장에서 녹조 발생 현황을 점검하고있다. 현장에 나란히 놓인 낙동강 원수와 정수가 뚜렷하게 대비된다. 부산일보DB 국민의힘 부산시당 조경태 위원장 등이 지난달 18일 경남 양산시 물금취수장에서 녹조 발생 현황을 점검하고있다. 현장에 나란히 놓인 낙동강 원수와 정수가 뚜렷하게 대비된다. 부산일보DB

낙동강 원수에 포함된 오염물질을 정수장에서 완벽히 제거해 내면 먹는 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정수장 내 소독과정에선 필연적으로 소독부산물이 만들어진다. 또 다른 유해물질이 생성돼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언제든 빚어질 수 있는 셈이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취수원 다변화 정책도 원수 오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취수원 다변화로 부산에 공급되는 수량은 하루 42만t으로 필요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안전한 식수 확보는 낙동강 원수의 수질과 구분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유기물이 염소와 반응해 생성

몇 분간 끓이면 상당 부분 제거

발암·임신부 유산 촉진 가능성

물 마시고 목욕 중에도 노출돼

‘염소 소독 최소화’ 등 방안에도

녹조 대란 상황선 ‘급증’ 불가피


■매일 노출되는 총트리할로메탄

총트리할로메탄은 유기물이 염소와 반응해 생성되는 물질이다. 정수장 유입 원수에 포함된 동식물의 사체나 배설물 등이 살균소독으로 사용되는 염소와 만나 화학반응을 하면 총트리할로메탄이 만들어진다. 정확히는 클로로포름·브로모디클로로메탄·디브로모클로메탄·브로모포름 4가지 화합물 총량을 지칭한다. 염소 소독제와의 반응 시간과 물의 산성 정도(pH) 등의 총량 증가에 영향을 주며, 올여름엔 남조류 번식이 총트리할로메탄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총트리할로메탄이 간, 신장 등에 영향을 주고 발암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 자체엔 이견이 없다. 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건강관리국은 총트리할로메탄이 임신부의 유산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 등 또 다른 유해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기도 한다

총트리할로메탄이 함유된 물을 마시는 것 외에도 피부 접촉이나 수증기 형태를 통한 흡입 등으로도 노출될 수 있다. 목욕이나 샤워 중 총트리할로메탄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휘발성이 높아 수돗물을 수분간 끓이면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총트리할로메탄 관리가 시작된 것은 1990년 이후로, 현재 국내 먹는 물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인 L당 0.1mg이다. 하지만 WHO는 0.1mg은 권고 기준일 뿐 최대한 총트리할로메탄 비중을 줄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호주 0.025mg 등 국가별로 물 건강에 대한 인식 차이 등으로 허용치 차이도 발생한다. 이는 기준치 이하의 총트리할로메탄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이 아니며, 함량이 적을수록 좋은 물에 가깝다는 걸 의미한다.

■원수 한계를 넘는 정수는 불가

총트리할로메탄을 줄이는 확실한 방법은 염소 소독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염소 소독은 정수 과정에서 침전 여과 등으로 제거하지 못한 원수의 미생물을 제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물 소독 방법이다. 특히 정수를 마친 수돗물도 잔류 염소를 0.2ppm 정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수돗물이 각 가정에 공급되는 중에 미생물이 번식하는 것을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잔류 염소 유지를 위해서라도 정수 과정 중 염소 투입은 불가피하다.

총트리할로메탄 감소를 위해 오존 소독을 늘리고 활성탄 교체 시기를 줄이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존 소독은 잔류성이 없어 정수 뒤 수돗물이 재오염될 가능성이 크고, 역시 브롬산염 등 또 다른 소독부산물을 생성한다.

활성탄은 총트리할로메탄 등을 흡착시켜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흡착 가능 용량이 있기 때문에 오염이 심하면 흡착력은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실제로 부산은 국내 정수장 중 활성탄 교체 수준이 가장 빠른 편이지만, 올여름 녹조 대란 같은 상황에선 총트리할로메탄 급증을 막기엔 부족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활성탄 관리에 상당히 노력하고 있으나, 기계 부품처럼 즉각적으로 즉각 교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활성탄 교체에 재정 부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총트리할로메탄 급증과 관련해 “원수에 더 많은 소독약품이 투입돼 기준치를 충족시켰다고 결코 건강한 물이 될 수 없다”며 “기후 위기를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은 녹조 발생이 우려되고, 그땐 소독부산물도 급증할 것이라는 게 자명하다”고 말했다.

김백상·탁경륜·나웅기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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