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치료제, 새로운 치료 혁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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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용 동의대 게임공학전공 교수
한국융합소프트웨어학회장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몇 년간 우리의 삶에서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다. 우리의 삶을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바꾸고 있는 중요한 요소가 디지털 기술이다.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은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는 치료제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앱(응용프로그램), 게임, VR(가상현실) 같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치료법으로, 이미 십수 년 전부터 게임 애호가들과 개발자들 사이에서 ‘기능성 게임이라고 회자하던 개념의 발전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기능성 게임은 게임의 본래 목적이던 오락적 요소에 교육이나 치료 등의 다른 목적을 추가한 게임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일본의 게임회사인 닌텐도의 ‘링 피트 어드벤처’와 ‘닌텐도 스위치 스포츠’ 같은 게임들이 있다.

요즘에는 이러한 교육과 훈련의 보조적인 역할의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의 역할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PC 등 휴대가 용이한 모바일 기기들이 보급되면서 그 활용도가 매우 높아졌다.

디지털 치료제는 ‘제3세대 신약’으로 기존의 의약품처럼 임상 실험과 승인 절차를 거쳐 의약품 공급망을 통해 공급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페어 테러퓨틱스의 약물 중독 치료 앱인 ‘reSET-O’와 아킬리 인터랙티브 랩스의 소아 주의력결핍과 행동장애(ADHD) 치료용 게임인 ‘AKL-T01’과 같은 것들이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간단한 진단을 통해 사용자의 신체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치료 방법도 제시한다. 병원에서 의사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질병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스스로 자가 진단을 통해 미리 증상을 진단하고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간단한 증상에 대해서는 치료까지 이어질 수 있다. 거기에 주사나 음용하는 약품에 비해 부작용도 훨씬 적다는 점에서 노약자나 어린이들에게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인류는 새로운 변화 속에서 조금씩 진화해 왔다. 현대인을 힘들게 하는 수많은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질환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과도한 디지털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열쇠도 디지털이라는 점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디지털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만은 없다. 결국 디지털 기술의 발전도 인간을 위한 것임을 상기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우리는 언제나 그래왔듯 디지털 전환이라는 파도를 인간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디지털 치료제 역시 의약품으로써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른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많은 임상을 통해 부작용의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그 외에도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도 필요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롭게 발굴된 디지털 치료제의 개념은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거친 파도 위에 올려두고 있다. 우리는 이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잘 타고 넘어 인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새로운 시대를 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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