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 않아도 체내 유입 된다는데…‘마시는 물’만 관리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맑은 물' 부산의 염원] 3. 마시지 않아도 위험하다

낙동강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틴’
1㎞ 거리 아파트 옥상서 검출 발표
수돗물 발암물질 ‘총트리할로메탄’
샤워 등 일상 생활 피부 흡수 위험
WHO·선진국선 유해성 연구 활발
정부 수질 관리 ‘먹는 물’에 한정
환경단체, 면밀한 위험 조사 요구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들이 지난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낙동강 주변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남세균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강물뿐만 아니라 낙동강 주변 공기에서도 에어로졸 형태로 확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부산일보DB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들이 지난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낙동강 주변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남세균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강물뿐만 아니라 낙동강 주변 공기에서도 에어로졸 형태로 확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부산일보DB

낙동강 등 하천과 수돗물 등에 녹아든 유해물질을 직접 마시지 않더라도 공기 중 호흡과 피부 접촉 등으로 체내 유입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반면 수질 관리 기준 등에는 흡입 등에 의한 노출이 반영되지 있지 않고 있다. 이는 시민들이 직접 물을 마시지 않아도 수질 오염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당국의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마시는 것보다 흡입이 더 위험할 수도

지난 21일 낙동강연합 등은 올 8월 30일 낙동강 하류에서 1km나 떨어진 부산의 한 아파트 옥상의 대기에서 남조류가 생성하는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이 작은 알갱이를 뜻하는 에어로졸 형태로 바람을 타고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기 중 에어로졸 형태의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와 가까운 곳일수록 검출량이 증가하고, 이는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의 흡입과 피부 접촉에 따른 유해성은 국내에서 아직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지는 않았으나, 선진국에선 학계에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프랑스 등은 남조류 세포 수가 mL당 2만 개 이상, 미국은 마이크로시스틴이 L당 8μg 이상을 하천 주변 친수활동 금지 기준으로 삼고 있다. 독성물질을 마시지 않더라도 피부 접촉과 공기 중 흡입으로 체내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흡입을 하면 점막을 통해 혈관에 직접 침투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연구도 있다.

국내에서도 환경부가 2015년 발행한 ‘담수환경에서 조류독소의 생물농축에 관한 연구’에서 “수상활동을 할 때 에어로졸이 인체에 흡입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녹조 대발생(남조류 세포 수가 ml당 100만 개 이상)’ 때를 제외하곤 녹조 관련 친수활동 규제는 별도로 없다. 마시는 것 외의 다른 노출 경로를 환경 기준치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에어로졸 발생으로 인한 친수활동과 인근 지역 영향 가능성 등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올 4월부터 진행 중이며, 이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씻을 때도, 설거지 할 때도 노출 가능성

녹조 발생 지역인 아닌 일상의 공간에서도 흡입과 접촉에 의한 노출 위험은 이어진다. 수돗물에는 염소 소독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독부산물 ‘총트리할로메탄’이 포함돼 있다. 총트리할로메탄은 발암성 물질로, 여름철 녹조가 증가하면 수돗물에선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WHO는 총트리할로메탄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로로 △직접 섭취 △휘발되거나 에어로졸 형태가 된 물질 흡입 △피부접촉과 흡입에 의한 노출을 꼽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정과 수영장 등에서 총트리할로메탄이 흡입과 접촉에 의해 체내에 흡수될 수 있다는 연구가 여러 차례 진행됐다. 이는 목욕이나 샤워 등을 하면서도 흡수가 이뤄진다는 뜻이다. 총트리할로메탄은 휘발성이 높아 공기 중으로 퍼질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트리할로메탄을 구성하는 클로로포름과 관련해 경북대 환경공학과 조완근 교수는 1998년 일주일 1회 목욕이 하루 0.15L 물을 마시는 것 2배 이상의 위험이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총트리할로메탄 노출 경로를 다룬 대부분 연구 논문은 목욕이나 샤워 중 흡입과 접촉에 의한 노출이 급격히 커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국내 총트리할로메탄 허용치인 L당 0.1mg은 직접 섭취했을 때를 기준으로 산정돼 있다. 물과의 접촉은 생활패턴에 따라 개인차가 매우 크고, 총트리할로메탄은 인체에 누적되는 성질이 있다. 기준치 이하의 수돗물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흡입과 접촉 등으로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는 셈이다.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정부가 물을 수질을 관리하는 건 마시는 물에 한정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에어로졸 흡입이나 접촉에 따른 유해성을 체계적으로 조사하면 수질 기준이 한 단계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