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해양CEO아카데미 특강] “비움의 미학 중요… 공간 있으면 어디든 광고 가능”

임원철 선임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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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이제석, 하면 떠오르는 광고가 많다. 특히 공익광고 분야에서 그의 작품 주목도는 매우 크다.

고층빌딩 위에 치솟은 굴뚝을 마치 권총의 총신처럼 보이도록 한 ‘공해 방지 광고’(속칭 ‘굴뚝총’)는 2007년 전 세계 광고 공모전을 휩쓸었고, 지금도 인터넷과 SNS에서 회자되고 있다. 군인이 겨눈 총구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뉘앙스를 담은 ‘뿌린 대로 거둔다’란 반전 광고는 아예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경찰차가 벽을 찢으면서 달려가는 공익광고는 옛 부산 남부경찰서 외벽을 오랫동안 장식하면서 부산사람이라면 “아, 거기”라고 말할 정도로 유명했는데, 그것 역시 그의 작품이다.

‘광고천재’란 수식어가 붙은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가 지난달 28일 부산롯데호텔 42층 아스토룸에서 열린 ‘부산일보 해양CEO아카데미 제7기 과정’에서 ‘창의적이고 좋은 광고’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 대표는 “말한다고 다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가능한 한 덜어내고 간결하게 핵심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광고 기획과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광고는 돈과 시간의 싸움입니다. 노출이 많으면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지만 그만큼 돈이 많이 들고, 때로는 피로감이 함께 쌓여서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요.”

그는 ‘길면 기차, 빨간 것은 원숭이 궁둥이’라는 어릴 때의 리듬 놀이처럼 광고도 하나의 연상 작용을 통해서 머릿속 인식을 바꿔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물리적인 변화를 억지로 줄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게 해서 물리적인 변화가 시나브로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광고라고 덧붙였다.

그는 유난히 공익광고에 관심이 많다. 상업광고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공익광고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광고가 사람의 생각을 바꿔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면 이왕이면 사회적으로 더 ‘크고 선한’ 영향을 주자는 취지라고 그는 말했다. 공익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환경과 인권, 장애인에 와 닿았다.

‘나는 투명인간이 아니다’(노숙자 돕기 캠페인 광고), ‘독도를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독도 지키기 광고), ‘이 계단은 장애인에게 에베레스트와 같습니다’(장애인을 위한 광고) 등이 그런 의도에서 기획됐다. 특히 ‘독도 광고’는 그가 미국 유학 시절부터 관심을 가진 것으로, 다양한 버전이 지금도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약자를 위한 그의 관심은 수도권 집중, 지방언론에 대한 애정으로도 이어졌다. 서울만 홀로 남겨 놓은 한반도 지도는 사회적으로 큰 공감을 얻었고, 지역 언론사들과 공동 기획한 지방신문 응원 광고는 ‘중앙과 지방’이라는 도식적인 프레임을 깨뜨리고 ‘더 가깝고 큰 언론이 내 삶 속의 지방언론’이라는 설정을 각인시켰다.

광고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잘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나 쉽게 눈에 띄는 고층건물이 선호될 것 같은데, 그는 “어떤 공간도, 어떤 장애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시각적 장애가 더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데 도움이 될 때도 있다면서 그가 제작한 뉴욕 타임스퀘어의 국내 자동차 광고를 사례로 들었다. “거대한 계단형 티켓박스에 가린 광고를 일부러 계단 위에 올라가서 자동차 경주 게임을 하도록 아이디어를 냈는데, 대박을 쳤죠.”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그는 지난 2010년 자신의 삶과 광고 제작 과정을 담은 저서 ‘광고천재 이제석’을 출간했고, 책은 그로부터 3년 뒤 방영된 KBS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의 모티브가 됐다. 최근에는 EBS의 ‘클래스e’에서 광고와 창의성을 주제로 한 특강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백현충 선임기자 choong@busan.com


임원철 선임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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