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9월’ 보낸 금융시장, 반등 모멘텀 안 보인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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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금리 인상·달러 초강세 여파
코스피 2100선 유지도 ‘위태위태’
경기 침체로 2~3년간 박스권 전망
원화 절하로 ‘1997년 사태’ 재연 우려
연말 환율 1500원 상단 열어둬야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5.44포인트 내린 2155.49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5.44포인트 내린 2155.49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지난달 국내 금융시장은 한 마디로 ‘잔인한 한달’을 보냈다. 글로벌 긴축 가속화 우려로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피는 급락해 2년 2개월 만에 2200선 아래로 주저앉았고, 원·달러 환율도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한국경제에 또 한번 금융위기가 찾아올 것이란 우려도 확산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증시 반등과 환율 안정을 위한 ‘모멘텀’이 사실상 부재한 상태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2000선에 근접할 수 있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최고치(3316.08) 대비 1181.31포인트(35.6%)나 급락한 상태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과 달러 초강세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코스피는 지난달 30일 장중 2134.77까지 하락하며 2100선 유지도 위태한 상태다. 코스닥 지수 역시 지난해 최고치(1062.03) 대비 400.38(37.7%)나 급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서만 무려 642조 3490억 원이 증발했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30일 장중 5만 1800원으로 올해 들어 33.8% 떨어지며 시총 150조 원이 사라졌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미래 성장주의 주가도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주가는 향후 더 추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코스피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한 해에만 40.73% 급락했다. 닷컴 버블 사태가 일어난 2000년에는 50.92%나 빠졌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여파에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것”이라며 “코스피는 2∼3년간 박스권에서 움직이면서 2000선을 내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화 초강세 역시 멈출 기미가 없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1430.2원으로 연초 대비 20% 급등했다. 특히 원화 가치 절하 폭은 다른 주요국 통화보다 유독 커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연초와 비교한 달러 대비 환율 상승률을 보면 중국 위안화와 유로는 각각 11.5%, 14.9%로 원화보다 낮았다.

유례 없는 강달러 현상은 세계적 경기 침체 가능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달러화 초강세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원화가 위안화의 하락세에 연동된 데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미국, 유럽 등 국가의 경기가 긍정적이지 않아 원화의 평가 절하 폭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올해 말 원·달러 환율은 1500원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급격한 시장 변동성을 우려한 정부는 대응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시장 안정화를 위한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를 재가동하고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5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대응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안펀드 가동은 시장의 변동성을 일시적으로 완화해주는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시장안정을 목적으로 한다면 일시적 공매도 금지 등이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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